트럼프 1주년 ‘선물’, 셧다운 장기화 우려…민주당과 협상 가능성 주목

입력 2018-01-20 15:40 수정 2018-01-20 15:41
결국 셧다운을 막지 못한 미 의회. AP뉴시스


미국 연방정부가 20일 0시(현지시간)를 기해 ‘셧다운’(일시 업무정지)에 들어갔다. CNN은 백악관과 의회를 동시에 장악한 미국 정부가 셧다운에 돌입한 사례는 미국 근대 역사상 첫 사례라고 보도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1주년이다.

◇백악관 의회 장악하고도 피하지 못해…민주당 대부분 찬성, 공화동 이탈표도


미 상원은 19일 오후 10시 (한국시간 20일 정오) 셧다운을 막기 위한 임시 지출 예산안을 표결에 부쳤지만 찬성 50표, 반대 48표로 부결됐다.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셧다운 돌입 직전 발표한 성명에서 “오늘 그들은 국가 안보와 군인 가족, 위기에 처한 어린이들, 모든 미국인들에게 봉사하는 국가의 능력보다 정치를 우선시했다”라고 비난했다. 이어 “우리는 불법적인 이민자들의 상황과 (예산안 문제를)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자신들의 신중치 못한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합법적인 시민들을 볼모로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가 폐기한 다카(DACA·불법체류청년 추방유예 프로그램)에 대한 보완 입법을 요구하며 예산안 처리를 거부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이민 관련 법안과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예산 항목을 포함해야 한다고 맞섰다.

임시 지출 예산안 처리 조건으로 다카 폐지에 따른 청년 보호 대책 입법을 요구해 온 민주당 의원들은 대부분 반대표를 행사했다. 정치전문 매체인 더힐의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 의원들 중에서는 조 맨친(웨스트버지니아), 조 도넬리(인디애나), 하이디 하이트캠프(노스다코타), 클레어 매카스킬(미주리), 더그 존스(앨라배마) 등 5명 만이 찬성표를 던졌다.

공화당 내 이탈표도 나왔다. 랜드 폴(캔터키),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마이크 리(유타), 제프 플레이크(애리조나) 등이 반대표를 던졌다. 암 투병중인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은 투표에 참여하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연설 도중 잠시 말을 멈추고 생각에 잠겨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 셧다운 위기 속에 예정됐던 플로리다주로의 여행을 취소하고 찰스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셧다운을 피하기 위한 막판 타협을 시도했다. AP뉴시스

◇셧다운 이후 미국은…극적 협상 타결 가능성 있나?

미 연방정부가 셧다운 사태를 맞은 것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기인 2013년 1월 이래 4년 3개월 만이다. 1976년부터 지금까지 미 연방정부는 총 18번 셧다운을 경험했다.

셧다운이 발생한다고 해서 모든 국가 운영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미 연방정부는 국방, 교통, 보건 등 필수 분야는 업무는 계속할 수 있다. 연방수사국(FBI), 마약수사국, 교정국 등 치안 ·안전에 관련된 부처도 평소와 같이 운영된다. 사회보장 및 의료보험 혜택, 우편물 집배송 업무도 그대로 제공된다.

필수가 아닌 공공 서비스들이 중단되기 때문에 기업과 일반 시민은 큰 불편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연방정부 공무원 80만명은 무급휴가 조치로 집에서 대기해야 한다. 그랜드 캐니언 등 유명 국립공원들은 폐쇄되고, 주요 박물관을 포함한 연방정부가 운영하는 관광명소들도 문을 닫는다. 국세청의 세금 업무가 중단되고, 여권과 비자, 총기허가 등의 행정업무에도 차질이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주말이후 공공기관 업무가 시작되는 22일 이전에 협상이 타결되면 실질적인 셧다운 피해는 거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쉽지만은 않다. 셧다운이 해제되려면 양당이 합의한 예산안이 상·하원을 통과한 뒤 대통령이 서명을 마쳐야 한다. 2013년에는 셧다운 해제까지 16일이 걸렸다.

협상 과정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백악관과 민주당의 갈등의 골이 너무 깊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는 (멕시코) 국경 장벽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길 원했다”며 “이번 합의는 이민법과 지출액 상한선에 달려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을 움직이지도 않았다”고 비난했다. 이어 “트럼프가 (합의에) 반대했기 때문에 공화당 지도부도 승락할 수 없었다”며 “셧다운은 전적으로 트럼프 책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