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방미 당시 환전 기록
경호원 조사 땐 다 밝혀져”
사실일 경우 외환거래법 위반
횡령죄·제3자뇌물공여죄 성립
‘수사 가이드라인 제시’ 부담에
여당내에서도 의혹 제기에
신중해야 한다는 기류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로 해외에서 명품을 구입했다는 의혹이 여당 지도부에서 연이어 제기됐다. 의혹이 사실일 경우 김 여사에게 외환거래법 위반은 물론 횡령죄와 제3자뇌물공여죄까지 적용될 수 있다는 주장도 덧붙여졌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19일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국정원으로부터 받은 특활비 1억원 가운데 3000만∼4000만원을 환전, 김 여사를 수행하는 제2부속실 행정관에게 건넸다고 최근 검찰에서 진술했다”며 “시기는 2011년 이 전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 때로 이 돈이 명품을 사는 데 쓰였다고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김 전 실장의 지인으로부터 검찰 진술 내용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김 여사가 미국 니만마커스에서 남녀 경호관과 함께 쇼핑하고 있었다는 얘기들도 나오는데, 정황상 맞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미주 지역 최대 한인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 ‘미시 USA’에는 2011년 10월 15일 “아는 언니가 타이슨스 니만마커스에서 김 여사가 남녀 경호원과 함께 쇼핑하고 있는 모습을 봤다”는 글이 올라왔었다. 니만마커스는 미국의 명품 백화점 체인이다.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2011년 방미 당시 환전 기록과 경호원들에 대한 조사 등이 이뤄지면 김 여사의 법 위반 사항도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여사가 1000만원 이상을 신고 없이 해외로 반출했다면 외환거래법 위반, 해외에서 600달러 이상의 물품을 구입해 들여오면서 세관에 신고하지 않았다면 관세법 위반, 국정원 특활비를 사적으로 썼다면 횡령죄와 제3자뇌물공여죄가 성립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러한 의혹을 검찰에 고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검찰이 이미 수사 중이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여권도 ‘검찰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는 비판은 부담스럽다. 이 전 대통령 관련 의혹 제기에 신중해야 한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솔직히 우리가 마음먹고 기획수사를 하면 (MB에 대해) 걸 수 있는 게 한두 가지이겠느냐”면서도 “청와대와 여당은 무리하게 사건을 이끌어갈 생각이 없다”고 했다. 이어 “이명박정권의 피해자들과 당시 담당자들이 입을 열기 시작해 검찰 수사가 자연스럽게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고, 청와대 민정수석실도 이번 사건은 통제할 생각이 없고 통제할 수도 없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민주당 적폐청산위의 한 의원도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있다면 모를까, 지금 상황에서 굳이 당이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준다는 오해를 받을 필요는 없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이날 박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한 측근은 “박 의원이 전날 민주당 회의와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정원 특활비가 김 여사 측에 전달됐고 해외에서 명품을 사는 데 쓰였다고 거듭 말했는데, 이는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의 경우로 본다”며 “김 여사 명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최승욱 이종선 기자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