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에 86마리…경주 까마귀 떼죽음 미스터리

입력 2018-01-18 18:14
뉴시스

경주시에서 까마귀가 떼죽음을 당해 관계 부처가 원인 파악에 나섰다.

17일 오전 10시쯤 경북 경주시 외동읍 모화리 주민 A씨는 길을 가다가 전깃줄에 앉은 까마귀 수십 마리가 갑자기 땅으로 툭 떨어지는 장면을 목격하고 바로 외동읍사무소에 신고했다. 현장에서 발견한 까마귀는 모두 86마리였다.

경주 외동읍과 가까운 울산에는 까마귀 약 10만마리가 시베리아에서 날아와 겨울을 나곤 하는데 보통 낮에는 경주, 포항, 영천 등으로 날아가 먹이활동을 한다. 이 때 날아 온 까마귀가 떼죽음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야생조류가 한꺼번에 죽은 만큼 경주시는 대구지방환경청, 국립환경과학원 등과 함께 원인을 파악에 나섰다.

조류인플루엔자(AI)와 독극물 섭취 여부를 먼저 검토했다. 경주시는 사체 5마리를 대상으로 간이검사를 한 결과 AI 음성 판정이 나왔고 죽은 새 주둥이 주변에서 독극물 중독 때 나타나는 거품이 발견되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따라서 감전으로 죽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새는 전깃줄 한 가닥에만 올라앉아 있으면 전기가 통하지 않지만 두 가닥에 동시에 닿으면 감전될 수 있다. 까마귀는 조류 중에서도 큰 편에 속하다보니 날개를 펴는 과정에서 전선 두 가닥에 동시에 닿을 가능성이 크다. 17일 경주에는 비가 내려 감전되기 쉬운 상황이었다.

경주시 관계자는 “현재까지 정황으로 봐서는 감점이 원인으로 보인다”면서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환경과학원에 조사를 맡겼다”고 설명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