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아이디 폭로 ‘오늘의 유머’ 운영자 항소심서 무죄

입력 2018-01-18 16:57 수정 2018-01-18 17:02
국가정보원 직원 김모씨가 2013년 8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자료를 살피고 있다. 당시 청문회에선 국정원 직원의 신분 노출을 막기 위해 가림막이 설치됐고 ‘김직원’이라는 이름이 사용됐다. 뉴시스

제18대 대통령선거 직후 국가정보원 직원 아이디를 폭로했던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오늘의 유머’ 운영자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부장판사 오성우)는 18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원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던 ‘오늘의 유머’ 운영자 이모씨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정원 직원 아이디는 원장의 지시에 따라, 국가기관이 개입된 조직적 범죄행위에 사용됐다. 사생활 침해 정도가 경미하다”며 “이씨가 아이디를 기자에게 전달한 행동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또 “이씨가 아이디를 기자에게 전달할 당시의 국정원과 경찰은 오히려 ‘오늘의 유머’를 ‘종북 커뮤니티’라고 공격했다”며 “당시 경찰은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서 진실을 은폐했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을 확정하고 한 달여 뒤인 2013년 1월 한 언론사에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의 ‘오늘의 유머’ 아이디 11개를 전달한 혐의로 검찰에 약식기소됐다. 김씨는 ‘국정원 댓글 사건’에서 처음으로 정치개입 정황이 포착돼 실체를 드러냈던 인물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대선을 하루 앞둔 2012년 12월 12일 ‘국정원이 댓글로 정치에 개입했다’는 제보를 받고 김씨가 거주했던 서울 강남구 역삼동 오피스텔 앞으로 몰려갔다. 현관 앞에서 김씨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35시간 동안 대치했다.

당시 경찰은 김씨를 검거해 수사를 벌였다. 하지만 중간 수사결과 브리핑에서 “김씨의 노트북 컴퓨터 등에서 댓글로 정치에 개입한 행적을 밝히지 못했다”는 취지로 발표했다. 이에 이씨는 김씨의 아이디를 언론사에 넘겨 진실을 폭로했다.

김씨는 이씨를 고소했다. 검찰은 2015년 이씨를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했지만 이씨는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1심 재판부는 벌금 3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