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희(5)양을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친아버지 고모(37)씨와 내연녀 이모(36)씨가 허위 실종 신고 직전 증거 조작에 나서는 등 용의주도함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전주지검에 따르면 고씨와 이씨는 지난해 12월 8일 허위 실종 신고에 앞서 경찰 수사에 대비한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움직였다. 자신들이 준희를 키우던 전북 완주군의 한 아파트에서 모은 준희양 머리카락을 이씨의 어머니인 김모(62)씨가 거주하던 전주시의 한 원룸에 뿌렸다. 경찰에 “김씨의 원룸에 있던 준희가 실종됐다”는 진술을 하기 위해 짠 시나리오다.
이들은 이미 8개월 전인 지난해 4월 27일 군산의 한 야산에 준희양을 암매장했지만, 태연하게 거짓 진술을 했다. 고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난해 4월 딸을 김씨에게 맡겼고, 김씨는 준희를 데리고 그해 8월 30일 원룸으로 이사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이들은 준희양이 죽은 뒤 아이를 키우는 행세를 해오며 치밀하게 연기했다. 고씨는 딸이 숨진 후에도 준희양을 돌봐준 김씨에게 매달 양육비 형식으로 60~70만원을 송금했다. 또 김씨는 평소 이웃들에게 “아이를 키우고 있다”고 말하며 집 안에 준희양의 인형과 장난감을 진열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김씨는 준희양 생일인 7월 22일에 맞춰 “아이 생일이라 미역국을 끓였다”며 이웃들에게 나눠주기까지 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김씨의 집에서 칫솔 등 일부 용품을 제외하고 준희양의 DNA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이 수사망을 좁혀오자 결국 고씨는 입을 열었다.
고씨와 이씨는 아동학대치사와 사체유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3개 혐의를 받고 있다. 두 사람은 “폭행은 했지만 죽이지는 않았다”며 학대치사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17일 준희양이 외부 충격으로 숨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부검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검찰은 준희양이 맞아 숨졌을 개연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문지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