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택배아저씨가 엘리베이터 버튼 위에 남긴 쪽지

입력 2018-01-18 15:25


실내등이 켜진 차를 보면 독자님은 어떻게 하시나요? 일단 차 앞 유리에 휴대전화 번호가 있는지 확인부터 하시나요? 아니면 차 주인이 곧 내려오겠지 하고, 혹은 다른 누군가 하겠지 하면서 그냥 두시나요?

충청남도 동북부에 위치한 특별자치시인 세종시에 사는 한 시민이 본 방법은 좀 남달랐습니다. 그래서 따뜻했고요.

30대 직장인 박준형씨는 17일 퇴근길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노란 포스트잇이 붙어있는 걸 보게 됐다고 했습니다. 박준형씨는 이쩌면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참 감사했던 그 일에 대해 국민일보 [아살세]에 제보했습니다.

‘우체국 택배(기사)’가 남긴다고 쓴 쪽지였습니다. 택배기사는 “OOOO차주분! 16일부터 이틀동안 실내등 켜져있어요! 방전된 거 아닌가 (걱정이 됩니다)”라고 했습니다.



박준형씨가 우연히 본 차에는 등이 진짜 켜져 있었습니다. 전화번호는 없었고요. 오랜 시간 실내등이 켜져 있어 방전될까 걱정이 된 택배기사는 자동차 앞으로 가서 유리를 요리조리 살폈을 겁니다. 그리고 번호가 없다는 걸 알고 이런 쪽지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던 거겠지요.

박준형씨는 “운전을 하는 분이라면 택배 기사의 이 한마디가 얼마나 고마운지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적었습니다.

실내등이 켜진 차에 전화번호가 있었다면 택배기사는 차 주인에게 문자를 남겼을 겁니다. 우리 주변의 많은 사람이 하듯 말입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입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