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이의 있습니다!” 집집마다 전해진 편지 한통

입력 2018-01-18 13:25
보배드림 캡처

한 아파트 주민들에게 전해진 편지 한 통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올해 인상된 최저임금에 관한 내용입니다. 이 아파트에서는 경비원 휴식시간을 늘려 인상된 급여를 삭감하는 방안을 택했나 봅니다. 근무 중간에 끼어 있는 휴식시간은 시급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인데요. 최저임금 인상으로 늘어난 경비비 지출을 줄이기 위한 ‘꼼수’라고 문재인 대통령도 신년기자회견에서 지적한 바 있습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주민이 17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한 편지는 “경비원 휴식시간은 제대로 지켜질 수 없는 불가능한 일”이라면서 “입주민대표자 회의에 재심을 요청하자”는 내용입니다. 편지를 쓴 주민은 전에도 같은 내용의 글을 아파트 현관마다 붙였다고 합니다.

사실 경비원들은 휴식시간에 강제로라도 쉬어야 하지만 주민들 민원이나 심부름을 외면할 수 없어 제대로 쉴 수 없습니다. 편지에서도 이같은 현실을 지적했는데요. 휴식이 불가능한 휴식시간으로 인해 무임금 노동을 할 수 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또 “최저임금 인상분은 가구당 4000원꼴” 이라며 “커피 한잔 값으로 그분들 권리를 빼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주민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분란은 우리 미래의 모습이거나 알바비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우리 자녀들의 모습이기도 하다”면서 “입주민 대표자회의의 경비원 휴식시간 결정을 되돌리기 위해 재심을 요청하겠다”며 주민들의 서명을 부탁했습니다. 이 아파트에서 주민 10% 동의를 받아야 회의 안건으로 채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편지를 공개한 주민은 “서명에 동참했다”면서 “주민들이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겠다”고 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오른 급여를 휴식시간으로 삭감하려는 움직임이 전국 아파트에서 벌어지고 있는데요. 경비원들을 모두 해고하거나 인력을 줄이는 곳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분을 관리비에 포함해 적극 수용하는 아파트도 많습니다. 주민들의 온정 넘치는 결정을 기대합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