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재정분권의 핵심은 ‘지방정부 곳간’을 채워줄 돈을 어디에서 끌어오느냐다. 한정된 ‘돈줄’을 놓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줄다리기를 할 수밖에 없다. 중앙정부 재정을 책임지는 기획재정부와 지방정부 재정을 담당하는 행정안전부의 입장 차이는 좁혀지지 않는다.
지방재정분권이라는 같은 목표를 갖고 있지만 양측이 내놓은 방안에 따른 재정수지 적자규모는 최대 연 30조원까지 차이가 날 정도다. 이견을 해소하지 못하면 지방소득세 인상이라는 증세 논란만 키울 가능성도 있다.
17일 정부에 따르면 기재부의 애초 입장, 즉 공동세를 신설했을 때 내년에 추가로 늘어나는 재정적자는 2조9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경우 내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33조1000억원에서 36조원으로 소폭 증가하게 된다. 2020년과 2021년에 추가로 발생하는 적자 역시 매년 3조3000억∼3조4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지방재정분권에 따른 충격을 관리재정수지 적자규모의 10% 안에서 관리할 수 있는 셈이다.
이와 달리 행안부 안으로 결론이 나면 중앙정부 부담이 치솟는다. 지방소득세를 배 수준으로 올리고, 소득·법인세를 그만큼 줄여야 한다. 기재부는 세수 손실규모가 연간 13조1000억원에 이른다고 추정한다. 여기에다 중앙정부가 지자체에 넘길 재원까지 더하면 내년에만 추가로 발생하는 중앙정부 적자는 29조2000억원이나 된다. 내년 관리재정수지의 총 적자규모는 62조2000억원으로 불어나고, 2021년 이 적자는 77조5000억원까지 몸집을 키운다.
이에 따라 문재인정부의 국정과제를 추진할 ‘돈줄’을 잃게 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는 올해 423조원에 달하는 ‘슈퍼예산’을 편성했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내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칠 계획이다. 이 계획 자체가 틀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기재부는 중앙정부 세수 손실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방소득세 인상과 국세 인하를 연계하지 않는 안이 대표적이다. 세수 손실이 없기 때문에 추가 적자발생 규모를 연간 3조원 안팎에서 관리 가능하다. 다만 이 안은 지방소득세 인상에 따른 ‘보편적 증세’를 전제조건으로 달고 있다. 국세를 인하하지 않기 때문에 국민의 세부담액은 총 13조1000억원 늘어난다. 정부가 지난해 소득세와 법인세에 이어 올해 부동산보유세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강력한 조세저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기재부는 지방소비세 배분 비율(중앙정부가 징수한 부가가치세 중 일부를 지방과 공유하는 비율)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 비율은 현재 11%다. 중앙정부의 재정 손실을 낮추면서 증세 논란을 피할 수 있는 안이다. 이 경우 내년에 추가로 발생할 적자는 2조2000억원으로 예측된다.
다만 2021년에 이 비율을 30%까지 늘려야 하기 때문에 추가 적자는 3조6000억원으로 증가하게 된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