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분석]文정부, 국민 부담 증가 뻔한 지방소득세 증세 추진 이유

입력 2018-01-18 04:30 수정 2018-01-18 04:30


정부가 지방재정 강화를 위해 지방소득세 증세를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개인이나 법인이 내는 소득세와 법인세에 추가 10%씩 부과되는 지방소득세를 인상하겠다는 것으로 국민 세 부담 증가 논란이 예상된다.

◇지방소득세, 배 인상추진

17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기재부는 지난 12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비공개 회의를 열고 재정분권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에 따라 현재 8대 2 수준인 국세와 지방세 비중을 단기적으로 7대 3, 중장기적으로 6대 4까지 조정해 지방의 재정자립도를 높이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기재부,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등이 참여하는 재정분권 태스크포스(TF)를 지방자치발전위원회 내에 설치했다.

재정분권 TF 논의에 따르면 현재 조세수입의 24%에 불과한 지방세 비중을 30%까지 늘리기 위해서는 연간 20조원 안팎의 지방재원 확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기재부와 행안부는 각자 안을 만들어 논의하고 있다. 두 부처 안에는 모두 지방소득세를 현재보다 배로 인상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현재는 소득세로 300만원을 내는 개인의 경우 지방소득세 명목으로 그 10%인 30만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만약 지방소득세가 배로 인상될 경우 개인의 세 부담은 기존 330만원에서 360만원(소득세 300만원+지방소득세 60만원)으로 늘어난다.

행안부는 지방소득세를 배로 올리는 대신 소득세와 법인세율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기재부는 소득·법인세율 인하는 현 정부 증세 기조와 맞지 않기 때문에 국세 인하와 연계한 지방소득세 인상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대신 지방소득세의 독립적 인상, 지방소비세 대폭 인상, 교부세와 지방소득세를 통합한 지방공유세 도입 중 하나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기재부가 지방분권 강화 방안에 지방소득세 인상을 포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정분권 TF는 지금까지 10여차례 회의를 갖고 논의를 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비트코인 정책 엇박자’처럼 기재부와 행안부의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기재부가 시대정신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증세 논의 배경…‘공동세’ 도입 막히자 지방세 증세로 선회?

지방소득세를 증세하려는 움직임의 뿌리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인 지방분권이다. 지방분권의 가장 큰 줄기는 중앙정부에 집중돼 있는 예산 권한의 분산이다. 초기에는 국세와 지방세 배분 비중을 조정하자는 수준에서 얘기가 오갔다. 하지만 행정안전부가 반발하고 나섰다. 배분 방식만 바꾸면 재정자립도가 떨어지는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타격을 입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논의 방향이 달라졌다. 지자체에서 걷는 세금을 늘려서 자치 권한을 높이겠다(지방소득세 증세)는 방안이 급부상했다.

정부는 현재 8대 2 수준인 국세와 지방세 비중을 조정하기 위해 ‘공동세’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중앙정부가 걷은 세수를 지방정부에 일정 비율 나눠주는 제도가 공동세다. 부가가치세가 대표적이다. 현재 부가세 세수의 11%는 지방 몫으로 돌아간다.

기재부는 부가세에서 지방 몫을 늘리고 소득·법인세에도 공동세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도 지방교부금이라는 이름으로 지자체에 나눠주는 돈이니 아예 비율을 정해서 지자체가 가져가라는 취지다. 기재부는 소득·법인세 가운데 지방에 이전되는 돈을 지난해 기준 51조1000억원에서 58조8000억원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명목은 국세지만 100% 지방으로 이전하는 교육세도 아예 지방세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이렇게 하면 지방세수가 4조9000억원 더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다만 교육세처럼 국세로 걷어서 지방으로 보내는 종합부동산세는 정부에서 관리키로 했다. 부동산 가격 안정 수단이라는 부수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논란은 단서조항에서 일어났다. 기재부는 소득·법인세까지 공동세를 확대하는 대신 현행 지방교부금과 지방소득세를 통합하자고 단서를 달았다. 행안부는 거세게 반대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교부금을 없애면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의 경우 심각한 예산 부족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행안부는 공동세 도입의 대안으로 지자체가 독립적으로 쓸 수 있는 지방소득세를 올리는 안을 내밀었다. 소득·법인세의 10% 수준인 지방소득세를 20%까지 올리는 내용이다. 지난해 기준 13조1000억원인 지방소득세의 세수가 배로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셈법이다.

당초 공동세 도입을 고려했던 기재부도 방향을 틀었다. 공동세를 도입하지 않는 대신 국세와 지방세 비중을 대통령 공약 수준으로 맞추려면 지방세수 자체를 확대해야 한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행안부처럼 지방소득세 인상안도 내놨다. 두 부처 모두 증세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다만 지방재정분권 컨트롤타워인 대통령직속 자치발전위원회 재정분권 태스크포스(TF)에서 증세에 부정적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주요국의 지방재정분권은 천차만별이다. 독일은 중앙정부에서 국세를 걷은 뒤 법에서 정한 비율에 따라 연방정부와 각 주(州)에 배분하는 공동세를 운영하고 있다. 각 주의 격차를 좁히는 재정 조정도 한다. 이는 ‘협조적 분권’ 모델로 불린다.

반면 미국의 경우 ‘경쟁적 분권’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주정부가 각자 지방세를 걷는다. 세율 결정 권한도 주정부에 있다. 연방정부는 일부 보조금만 주정부에 줄 뿐 간섭하지 않는다.

일본은 2000년대 초반 지방분권 개혁을 추진했다.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보조금을 줄이고 지방세를 늘려 지방재정 권한을 높였다. 하지만 여전히 중앙정부 중심의 재정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원 배분을 어떻게 하든 지자체의 예산 자율권이 지금보다 커지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행정연구원 임성근 박사는 “지방정부가 (예산을) 책임 있게 집행할 수 있도록 자치재정권 등이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 정부 ‘곳간’ 결국 증세로 채우나


지방재정분권의 핵심은 ‘지방정부 곳간’을 채워줄 돈을 어디에서 끌어오느냐다. 한정된 ‘돈줄’을 놓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줄다리기를 할 수밖에 없다. 중앙정부 재정을 책임지는 기획재정부와 지방정부 재정을 담당하는 행정안전부의 입장 차이는 좁혀지지 않는다. 지방재정분권이라는 같은 목표를 갖고 있지만 양측이 내놓은 방안에 따른 재정수지 적자규모는 최대 연 30조원까지 차이가 날 정도다. 이견을 해소하지 못하면 지방소득세 인상이라는 증세 논란만 키울 가능성도 있다.

기재부의 애초 입장, 즉 공동세를 신설했을 때 내년에 추가로 늘어나는 재정적자는 2조9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경우 내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33조1000억원에서 36조원으로 소폭 증가하게 된다. 2020년과 2021년에 추가로 발생하는 적자 역시 매년 3조3000억~3조4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지방재정분권에 따른 충격을 관리재정수지 적자규모의 10% 안에서 관리할 수 있는 셈이다.

이와 달리 행안부 안으로 결론이 나면 중앙정부 부담이 치솟는다. 지방소득세를 배 수준으로 올리고, 소득·법인세를 그만큼 줄여야 한다. 기재부는 세수 손실규모가 연간 13조1000억원에 이른다고 추정한다. 여기에다 중앙정부가 지자체에 넘길 재원까지 더하면 내년에만 추가로 발생하는 중앙정부 적자는 29조2000원이나 된다. 내년 관리재정수지의 총 적자규모는 62조2000억원으로 불어나고, 2021년 이 적자는 77조5000억원까지 몸집을 키운다.

이에 따라 문재인정부의 국정과제를 추진할 ‘돈줄’을 잃게 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는 올해 423조원에 달하는 ‘슈퍼예산’을 편성했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내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칠 계획이다. 이 계획 자체가 틀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기재부는 중앙정부 세수 손실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방소득세 인상과 국세 인하를 연계하지 않는 안이 대표적이다. 세수 손실이 없기 때문에 추가 적자발생 규모를 연간 3조원 안팎에서 관리 가능하다. 다만 이 안은 지방소득세 인상에 따른 ‘보편적 증세’를 전제조건으로 달고 있다. 국세를 인하하지 않기 때문에 국민의 세부담액은 총 13조1000억원 늘어난다. 정부가 지난해 소득세와 법인세에 이어 올해 부동산보유세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강력한 조세저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기재부는 지방소비세 배분 비율(중앙정부가 징수한 부가가치세 중 일부를 지방과 공유하는 비율)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 비율은 현재 11%다. 중앙정부의 재정 손실을 낮추면서 증세 논란을 피할 수 있는 안이다. 이 경우 내년에 추가로 발생할 적자는 2조2000억원으로 예측된다. 다만 2021년에 이 비율을 30%까지 늘려야 하기 때문에 추가 적자는 3조6000억원으로 증가하게 된다.

세종=이성규 신준섭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