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남북이 단일팀 경기하면 그 자체가 역사의 명장면”

입력 2018-01-17 16:53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충북 진천에 있는 평창 동계올림픽 선수촌을 방문해 국가대표 선수들을 격려하고 훈련상황을 보고받았다. 한국 동계스포츠의 주종목인 쇼트트랙 뿐 아니라 아이스하키팀을 직접 찾아 격려하며 최근 논란이 된 단일팀 구성과 관련한 정부 입장을 설명했다.

◇“남북 단일팀은 그 자체가 역사의 명장면”

문 대통령은 선수단과의 오찬 인사말에서 “지금까지 선수 여러분은 최선을 다해왔다. 이제 여러분 앞에는 영광만 남아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국민들이 많은 기대를 갖고 있다고 해서 꼭 어떤 성적을 올려야겠다, 어떤 메달을 따겠다 그렇게 너무 큰 부담을 갖지 마라.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금메달”이라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중요한 말은 그 뒤에 있었다. 문 대통령은 “평창 올림픽의 주인공인 선수 여러분과 함께 이루고 싶은 목표가 두 가지 있다”며 “치유의 올림픽, 평화의 올림픽”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우리 국민들 하루하루 살아가는게 참 팍팍하다. 지난 겨울밤 그 추운 길바닥에 앉아 촛불을 들면서 나라다운 나라, 좋은 나라 만들기를 염원했다”며 “국민들이 올림픽을 보면서 그런 상처와 아픈 마음을 위안받고 치유받는 올림픽이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평화의 올림픽에 대해서는 북한의 올림픽 참가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과 공동입장을 할지 일부 종목은 단일팀까지 할 수 있을지 아직 알 수는 없다”면서도 “만약 공동입장을 하거나 단일팀을 만들 수 있다면 북한의 단순 참가 이상으로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훨씬 더 좋은 단초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북한과 단일팀을 만든다고 우리 전력이 높아지진 않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남과 북이 하나의 팀을 만들어 함께 경기에 임한다면 그 모습 자체가 두고두고 역사의 명장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이날 방문행사에서 ‘단일팀 논란’을 의식한 듯 문 대통령 동선에 아이스하키팀을 전면 배치했다. 문 대통령은 선수촌에 도착한 뒤 쇼트트랙 대표팀 훈련모습을 참관한 데 이어 곧바로 남녀 아이스하키팀 훈련 현장을 찾아 대표팀 선수들을 격려했다.

선수단 오찬행사에서도 문 대통령 주변 자리에 남녀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김기성·신소정 선수, 쇼트트랙 국가대표 최민정·김아람 선수, 스키 국가대표 김광진 선수 등이 앉았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문 대통령 방문에 맞춰 19일로 예정됐던 훈련을 이틀 앞당겼고, 전날 밤 조기 소집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스하키 단일팀 반대” 국민청원 1만1000명 돌파

하지만 남북 단일팀의 역사적 의의를 감안하더라도 정치 논리에 선수들을 희생시킨다는 비판 여론은 여전하다.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아이스하키 단일팀 반대합니다’라는 청원에는 1만1000명 이상이 참여했다.

청원글 작성자는 “북한 선수들이 합류해 단일팀을 이룬다면 지금까지 우리 선수단이 연습하고 준비했던 것은 다 쓸모없게 된다”며 “4년간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해온 게 정치적 논리로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선수들이 그동안 흘려온 땀이 정당하게 보상받지 못한다면 공정한 사회라 할 수 없다”며 “우리 하키 선수들이 먼저”라고 했다. 현재 이 청원에 달린 댓글에도 “정치에 스포츠를 이용하지 말라” “국민과의 소통을 중요시하면서 왜 대표팀 선수들과는 소통하지 않느냐”는 비판이 많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