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춥거나, 아주 탁하거나… 한파·미세먼지 ‘2교대 겨울’

입력 2018-01-17 08:28
서울시가 초미세먼지(PM-2.5)민감군 주의보를 발령한 16일 오후 서울 도심은 잿빛이 됐다. 뉴시스

이번 겨울은 ‘삼한사온(三寒四溫)’이 비교적 규칙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차가운 대륙고기압의 수축과 팽창에 따라 강추위가 며칠 이어지다 기온이 상승하고, 따뜻한 날씨가 계속된다 싶으면 다시 한파가 찾아온다. 그런데 이 패턴에 새로운 현상이 끼어들었다. 미세먼지가 삼한사온 중 ‘사온’에 맞춰 어김없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 한파 지나간 하늘, 어김없이 찾아오는 미세먼지

지난주는 이번 겨울 들어 최강 한파가 한반도를 덮쳤다. 서울의 체감기온이 영하 23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강은 꽁꽁 얼어붙었다. 뚝 떨어졌던 수은주가 성큼 올라선 지난 주말, 수도권 하늘은 미세먼지로 뒤덮였다. 한파가 한풀 꺾이면서 텁텁한 먼지가 냉기의 빈자리를 차지했다. 일요일인 지난 14일 오후 서울·경기와 충북, 대구·경북을 포함한 전국의 미세먼지(PM10) 수준은 ‘나쁨’을 기록했다.

이 먼지는 17일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날 아침 수도권과 강원, 세종, 충남, 충북, 대전, 대구는 ‘나쁨'이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대기 정체로 국내 대기오염 물질이 축적돼 중·서부 지역은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은 사흘째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상태다. 차량 통행을 줄이기 위해 이틀째 대중교통 무료 운행이 실시됐다.

이번 겨울 들어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것은 12월 30일과 1월 15·16일이었다. 16일 오후 4시 현재 일평균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85㎍/㎥, 인천·경기 102㎍/㎥로 모두 '나쁨'(51∼100㎍/㎥) 수준에 해당됐다. 특히 오후 5시 예보에 따르면 17일 수도권 지역 미세먼지 농도도 ‘나쁨'을 유지하면서 비상저감조치 발령요건을 충족했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 12월 말과 이번 주 날씨의 공통점은 기온이 크게 올라 따뜻했다는 것이다. 17일 오전 5시 주요 도시 기온은 서울 3.0도, 인천 1.7도, 수원 2.3도, 춘천 0.7도, 강릉 5.2도, 청주 2.9도, 대전 3.5도 등이었다. 낮 최고기온도 5∼10도로 예보됐다. 영하 10도 안팎을 기록했던 지난주에 비해 수은주가 크게 올랐다.

서울의 최저기온이 영하 15도까지 떨어진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부근 한강에 얼음이 얼어 있다. 반면 하늘은 유독 쾌청해 파란 빛을 띠었다. 뉴시스

◇ 쾌청하면 춥고, 따뜻하면 먼지… 원인은 ‘대기 정체’

따뜻해진 대신 미세먼지가 하늘을 덮은 이번 주와 달리 ‘최강 한파’가 무서운 기세로 전국을 얼렸던 지난주 수도권 하늘은 유난히 맑았다. 지난 12일 서울의 아침 기온은 -15도 안팎을 기록했고, 낮 최고기온도 -5.4도였다. 이날 미세먼지 수치는 25㎕로 ‘좋음’ 수준을 보였다. 오후 4시를 기준으로 -8.5도를 기록하며 가장 추웠던 지난 11일 역시 미세먼지 농도는 33㎕에 불과해 ‘좋음’과 ‘보통’의 경계에 있었다.

이 같은 추위와 미세먼지의 상관관계는 올겨울 특히 두드러진다. 지난겨울의 경우 최저기온을 기록했던 2017년 1월 24일 서울·경기, 충청권의 미세먼지 수준은 오전 내내 평균을 웃돌았다. 오후 6시 이후 충청권의 미세먼지 수준은 ‘좋음’으로 되돌아왔지만 수도권 지역은 ‘나쁨’ 수준까지 오르는 곳도 있었다.


기상 전문가들은 삼한사온에 미세먼지가 끼어든 까닭을 ‘대기 정체’에서 찾는다. 한반도의 겨울 한파는 북쪽에서 내려오는 차가운 공기 때문이다. 찬바람이 불어와 한반도의 대기가 움직일 때 대기 중 먼지도 함께 이동해 탁한 공기가 사라진다. 반면 대륙고기압의 수축으로 냉기가 유입되지 않을 때는 기온이 올라가고 한반도의 대기도 그 자리에 머물러 있게 된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도 대기 중에 계속 쌓여 농도가 치솟는 상황이 지속되는 것이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