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회선 1개만 통화 가능
그나마 잡음 제거 못해
정부가 서해지구 군 통신선 신설을 추진하는 이유는 남북 통신선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군 통신선은 우발적인 충돌 방지 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남북 간 전화통화가 이뤄지는 서해지구 군 통신선은 예비선인 1개 회선뿐으로, 그나마 잡음을 없애지 못하는 수준이다. 군 소식통은 16일 “선로를 바꾸기 전까지 군 통신선을 완전히 정상화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서해지구 군 통신선은 모두 6개 회선으로 남북 간 6㎞ 구간에 깔려 있다. 경기도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에 설치돼 있다. 현재 남북이 통화하고 있는 회선은 이와 별도로 2005년 8월 설치된 동(銅)케이블이다. 이 회선은 2009년 말 광(光)케이블로 교체된 6개 회선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때 남북이 보조통신 수단으로 활용하던 것이다. 이를 제외한 6개 회선(광케이블)은 모두 가동되지 않고 있다. 우발충돌 방지를 위한 3개 회선은 2008년 5월 차단됐다. 나머지 통행지원을 위한 3개 회선은 2016년 2월 남측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이후 차단됐다.
동해지구에도 군 통신선 3개 회선이 있었지만 2010년 11월 산불에 선로가 타버렸다. 군 관계자는 “남북이 계속 군 통신선 점검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노후된 선로의 잡음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규모 북한 방문단에 대한 통행지원 문제 때문에 군 통신선 신설안을 추진 중이다. 군 통신선을 새로 설치하는 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지만 현재 통신선을 복구하는 것보다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본다. 군 통신선은 남북 군 당국이 출입경 명단을 서로 통보하는 데 쓰인다. 북측은 예술단 140명이 육로로 이동하는 방안을 남측에 제안한 상태다. 여기에 선수단, 응원단, 참관단, 태권도시범단 등 북측 방문단 수백명이 육로로 넘어올 수 있다. 앞서 2009년 말 남북 간 광케이블을 설치하는 데 2개월가량 걸렸지만 실제 선로 공사는 20여일 걸렸다. 당시 남측은 광케이블 등 9억5000만원 상당의 기자재를 북측에 전달했다. 정부 내부에선 이번에 군 통신선이 완전히 복원될 경우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에도 우발충돌 방지를 위한 ‘핫라인’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기대 섞인 관측도 나온다.
문제는 통신선 신설을 위해 북측에 광케이블 등 기자재를 제공하는 게 대북 제재 위반이라는 점이다. 이뿐 아니라 북한 방문단에 대한 체류비 등 비용 지원 역시 ‘현금을 대량으로 북측에 제공하는 것’을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에 위배될 수 있다.
정부는 이런 논란을 피하기 위해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일부를 평창올림픽 기간에 예외적으로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현실화에는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에 위배되지 않는 묘수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지원하기 위한 정부합동지원단은 이날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 사무실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지원단은 북한 대표단이 방남하면 정부합동관리단으로 확대 개편된다. 통일부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틀을 준수하면서 국제 규정 및 관례, 남북 간 합의 등에 따라 북한 대표단의 체류 기간 필요한 편의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김경택 권지혜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