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수사본부 역할과 한계
어떤 인물, 누가 추천?
구체적으로 규정할 필요성
치안·경비 책임 경찰청장
‘일반 지휘권’으로 관여 가능
분리된 조직 효율성도 문제
업무 영역 구분 등 논란 예상
청와대가 구상한 경찰 견제 수단은 ‘조직 쪼개기’를 통한 권력 분산이다. 경찰이 1차적 수사권과 대공수사권 등을 쥐게 된 만큼 권한이 집중되지 못하도록 경찰 조직을 경비, 정보 등을 다루는 일반 영역과 형사수사 영역으로 나눈다는 것이다. 경찰위원회가 인사권을 행사해 경찰 지휘부의 수사 개입도 막게 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경찰 업무를 인위적으로 분리할 경우 업무 혼선 등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개편안이 구체적이지 않아 형식적 구분에 그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경찰 조직 개편은 수사 영역과 일반 영역의 최종 지휘권자를 달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일선 경찰서·지방청의 수사경찰은 경찰청장이 아닌 차관급의 국가수사본부(가칭) 수장의 지시를 받게 된다. 경찰청장이 부당하게 수사를 지시하거나 관여할 위험을 없애기 위해 수사경찰의 감찰·징계·인사 권한도 수사본부장이 갖는다. 일반 경찰서장의 입김으로부터도 자유로워진다. 2013년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에 김용판 당시 서울경찰청장이 수사 축소·은폐 지시를 내린 혐의로 기소까지 당한 전례를 반면교사 삼겠다는 취지다.
지방청은 국가수사본부 지방본부로 전환하고, 현재 지방청 2차장이 지방본부장을 맡게 된다. 한 지붕 두 가족 체제가 형성되는 셈이어서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 우선 수사본부의 독립성이 지켜지려면 어떤 인물이 수장이 돼야 하느냐에 대한 논란이 있다. 청와대는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정치적 독립을 위해 수사본부장을 경찰관 중에서 뽑는지, 국회가 위원회를 구성해 추천한 인물을 대통령이 임명하는지 등이 분명해야 한다”며 “지금은 수사과가 소외돼 있고 경비, 정보 라인이 승진을 많이 하는 구조인데 승진체계를 바꾸는 것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완전한 독립이 가능할지도 불분명하다. 특정 사건에 대해 청장이 지시를 내리는 ‘구체적 지휘권’이 전면 폐지되지도 않았다. 평창 동계올림픽처럼 전체 경찰 조직이 대응해야 하는 국가적 이슈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경찰청장의 지휘권이 발동된다.
조직 운영의 효율성도 따져봐야 한다. 일선 경찰서에선 서장의 지시를 받는 경찰과 수사본부 소속 경찰이 동시에 존재하는 만큼 시스템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협력이 어려워질 수 있다. 과거 경찰은 여성청소년과를 신설한 뒤 학교·성·가정폭력과 실종 사건을 통합 수사토록 했지만 이후 수사부서와 협업이 제대로 안 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자치경찰과의 영역 구분 문제도 다뤄야 할 문제다. 자치경찰이 성폭력, 음주단속, 가정폭력, 학교폭력, 공무집행 방해 등의 수사 영역을 맡게 될 경우 업무 분장이 애매해진다. 가령 아동 실종 사건 발생으로 자치경찰과 수사경찰의 업무가 중첩될 경우 공조해서 함께 수사할지, 사건의 성격을 어떻게 구분할지 등이 논란이 될 수 있다.
김재규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은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는 국가안보·안위와 관련된 사안 외에 거의 모든 수사권을 자치경찰에 달라는 입장”이라며 “올 1분기 안에 자치경찰제 도입에 대해 지자체와 협의를 잘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개편안은 ‘분리’가 아니라 일반경찰이 수사에 관여하는 걸 막는다는 취지로 이해해야 한다”며 “사건 신고를 접수하는 일반경찰과 현장에 출동해 범인을 검거하는 수사경찰 간의 공조는 더 강화돼야 한다”고 했다.
반면 배상훈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의 힘이 더 약해질 우려가 있다”며 “수사팀장이 경찰청장의 간섭을 받지 않는다면 기소검사 입장에서는 팀장(경감)급을 상대하게 돼 간섭이 쉬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사경찰이 대부분 비(非)경찰대 출신인 것도 민감한 문제다. 배 교수는 “경찰대를 나온 윗선이 과연 수사경찰에게 실질적인 권한을 줄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현실에서는 수사팀장 권한으로 영장을 치지 못하고 과·서장의 결재를 받아야 하는데 수사 분리가 가능할 수 없는 메커니즘”이라고 지적했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수사의 독립성을 다각적으로 보장하는 흐름으로 가고 있다”며 “수사 현장에 혼선이 발생해 국민이 불편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최예슬 이형민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