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인사이드] 눈 위에 남은 ‘그놈 발자국’… 5일만에 끝난 ‘완전범죄’

입력 2018-01-17 06:23

현금 2000만원을 훔치는데 성공한 30대 절도범이 눈 위에 남긴 발자국을 추적해온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사전답사를 통해 범행 장소에 CCTV가 없음을 확인했던 절도범은 범행 후 5일 동안 ‘완전범죄’의 희열을 누리다 경찰이 느닷없이 덮치자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광주 동부경찰서는 거액의 현금을 훔친 혐의(절도)로 서모(39)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6일 밝혔다. 서씨는 지난 11일 오후 8시45분쯤 광주 동구의 한 철물점에 침입해 주인 박모(54·여)씨가 장판 밑에 숨겨둔 5만원권 400장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씨가 슬쩍한 현금은 박씨가 아들의 유학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보관하던 것이었다. 퇴근했다가 다음 날 출근해 현금이 사라진 사실을 알게 된 박씨는 경찰서를 찾아 한동안 울먹였다고 한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철물점 담장 인근에 발자국이 어지럽게 찍혀 있는 점에 주목했다. 범행현장에 CCTV는 없었지만 폭설 탓에 범인의 족적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광주지역에는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4일간 20㎝가 넘는 눈이 내렸다. 경찰은 발자국을 차근차근 따라가 철물점에서 1㎞정도 떨어진 모텔에 혼자 숨어 지내던 서씨를 검거했다. 모텔 방에서 회수한 현금 1500만원은 박씨에게 돌려줬다.

절도죄로 복역한 후 2016년 2월 출소한 서씨는 특별한 직업 없이 생활해왔고 훔친 돈 중 500만원은 유흥비 등으로 탕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동부서 김판술 강력팀장은 “예상보다 많은 돈이 나오자 서씨가 빨리 달아날 생각으로 곧장 숙소로 돌아갔던 것 같다”며 “눈 위 발자국이 결정적 단서가 됐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