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영화가 된 홈스쿨링…자녀 13명 감금한 美 부모 붙잡혀

입력 2018-01-16 22:32 수정 2018-01-16 23:08
자녀 12명을 감금 학대한 혐의로 붙잡힌 루이스 터핀(왼쪽), 데이비드 터핀 부부 (LAT 캡쳐)


여느 휴일과 다를 것 없던 일요일 오전 6시였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911 신고센터에 한 소녀가 부모로부터 훔친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다. 스스로 17세라 밝힌 소녀는 로스엔젤레스 인근 페리스에 있는 집에 자신의 남매들이 갇혀있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털어놨다.

신고된 주소지로 출동한 경찰은 한 주택에 감금돼있는 남녀 12명을 찾아냈다. 2세부터 29세에 이르기까지 연령대가 다양했다. 이중 7명은 18세가 넘은 성인이었다. 몇몇은 쇠사슬로 침대에 결박돼 있었다. 신고한 소녀 역시 10세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깡마르고 초췌한 모습으로 시외에서 발견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한 부부가 홈스쿨링을 하던 자녀들을 한 방에 성인이 되도록 감금해둔 사건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에 따르면 이 자녀들은 어둡고 역겨운 냄새가 가득한 방 안에 갇혀있었다. 매우 지저분한데다 영양실조가 의심될 정도로 앙상한 모습이었다. 이들은 물과 음식을 제공받은 뒤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부모인 데이비드 앨런 터핀(57)과 루이스 안나 터핀(49) 부부는 아동학대 혐의로 체포됐다. 경찰에 따르면 부부는 자신들이 왜 자녀들을 감금했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했다. 이들의 보석금은 각각 900만 달러(95억8000만원)로 책정됐다. 공판은 오는 18일 열린다.

LAT는 해당 주소지가 홈스쿨링 학교로 등록되어 있었다고 전했다. 평범한 1층 높이의, 적갈색으로 페인트칠 된 주택이다. 용의자이자 자녀들의 부친인 데이비드 터핀이 학교 교장으로 이름이 올라 있었다. 등록된 학생은 6명이었다. 남매들의 조부모는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손주들이 홈스쿨링을 받고 있는 건 알았지만 4~5년 동안 소식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 역시 “처음 이사왔을 때는 아이들이 보였지만 수년 전부터 보이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들 부부는 두 차례 파산 신고를 한 전력이 있었다. 2010년 당시 이들의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는 LAT에 “매우 친절한 사람들로 생각했다. 단지 재정문제를 겪고 있을 뿐 매우 정상적인 사람들로 보였다”고 회상했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남매들의 부친인 데이비드 터핀은 록히드마틴 등 국방 기술 관련 업체에 근무하며 고소득자였음에도 13명이나 되는 자녀 양육을 감당하지 못해 파산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