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암호화폐) 시세와 코스닥지수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코스닥지수가 약 16년 만에 900선을 돌파할 정도로 호황을 누리는 반면, 가상화폐 시장은 거래소 폐쇄 등 정부의 압박 속에 잔뜩 움츠러든 모양새다.
◇코스닥지수, 900선 고지 점령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9.62포인트(1.08%) 상승한 901.23으로 장을 마감했다. 종가 기준 900선을 넘어선 것은 2002년 3월 29일(927.30) 이후 15년 10개월여 만이다.
전날 890선을 돌파한 코스닥은 이날도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수 덕에 상승세를 이어갔다. 기관이 718억원, 외국인이 451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장을 이끌었다.
700선 고지도 힘겨워했던 코스닥이 단숨에 900선을 넘어선 이유로는 ‘셀트리온 3형제’(셀트리온·셀트리온제약·셀트리온헬스케어)의 활약이 꼽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코스닥지수는 891.61로 마감했지만 셀트리온 3형제를 제외하면 지수가 700선에 그칠 정도로 쏠림 현상이 심하다. 이는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서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 등 일부 종목의 독주 덕에 코스피지수가 상승한 것과 비교되며 시장 자체의 취약점으로도 거론된다.
하지만 정부 정책효과 덕에 코스닥이 오랜 침체기를 벗어나 상승기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특히 지난주 금융위원회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 발표 이후 기관 움직임이 활발하다는 평가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코스닥 통합지수(KRX300), 벤처·코스닥 전용 소득공제, 3000억원 규모 코스닥 펀드 조성 등은 기관 중심의 코스닥 활성화를 통해 기초 체력이 높은 시장을 형성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향후 기관과 외국인의 쌍끌이가 이어질 경우 코스닥이 1000선을 돌파하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긍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거래소 폐쇄’ 으름장에 맥 못추는 가상화폐
반면 가상화폐 시장은 올해 들어 투기적 수요를 차단하려는 정부의 규제방침 이후 고위당국자의 발언이 나올 때마다 폭락하고 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거래소 폐쇄가 목표”라고 발언하면서 논란이 확산된 데 이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거래소 폐쇄 옵션은 살아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투기 억제, 블록체인 기술 발전’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통해 시장을 투명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시장에 일관된 메시지를 주지 못한다는 비판이 많다.
김 부총리의 발언 이후 가상화폐 가격은 줄줄이 폭락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시총 1위 비트코인은 오후 4시30분 현재 8% 이상 하락해 1760만원대로 주저앉았다. 지난 7일 코인당 2500만원 안팎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하락세가 가파르다. 리플과 이더리움 등 주요 가상화폐도 10%대 하락폭을 보이며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가상화폐 거래소에 투자한 정책자금도 회수한다는 방침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가상화폐 거래소 실태조사를 통해 불법행위가 적발되면 모태펀드에서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예산으로 구성되는 모태펀드는 통상 민간 벤처캐피탈이 집행하는데, 이 자금줄이 차단되면 가상화폐 시장이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향후 코스닥시장 활성화 드라이브를 통해 가상화폐 신규자금 유입을 막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