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인상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16일 나란히 보유세 인상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재산세보다 종합부동산세를 인상하는 방안에 무게를 뒀다. 다주택자를 겨냥한 8·2 부동산 대책과 보완책까지 발표했는데도 서울 강남 집값이 잡히지 않자 특단의 대책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6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지대(地代) 개혁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며 “보유세와 거래세 세제개혁과 주택·상가 임대차 제도개혁 등 두 가지 방향으로 구체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보유세 중에도 종합부동산세 인상을 시사했다. 추 대표는 “현행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하고 초과다 부동산 보유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방향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당국 역시 종합부동산세 인상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한국은 보유세가 거래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과세 형평 차원에서도 보유세 인상은 타당성이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보유세에는 재산세와 종부세가 있는데, 재산세는 올리게 되면 전국이 다 영향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종합부동산세만 인상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종합부동산세 인상 추진에 불을 붙인 것은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들어 강남 4구 집값 상승률은 서울 평균의 2.4배를 기록하고 있다. 정부가 4월부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를 강화하고 수도권 신규 공공택지를 늘리는 등 다양한 정책을 가동했지만 집값은 되레 상승세를 탔다. 상승 원인이 투기 때문이라는 인식이 추가 규제 필요성을 불러 왔다. 김 부총리는 “강남 4구에서 6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투기적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이 가장 크다”고 진단했다.
다만 종합부동산세 인상이 특정 지역 ‘핀셋 증세’ 효과로 나타날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 부총리는 “(종합부동산세를 올리면) 강남 지역에 있는 아파트들이 대상이 될 확률이 훨씬 높다”면서도 “다른 지역 아파트나 부동산도 대상이 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가격 안정에 있어서 원칙은 지역별 맞춤형”이라며 “특정 지역을 타깃으로 하는 것이 어떤 효과가 있는지는 분석을 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 보유세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2016년 기준 한국의 GDP 대비 부동산 보유세 비율은 0.8%로 집계됐다. OECD 회원국 중 16번째다. 관련 통계를 제출한 31개국 평균(0.91%)을 밑돌았고, 주요국과의 격차도 컸다. 보유세 비율이 가장 높은 영국(3.11%)과 2%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 캐나다(3.06%)나 프랑스(2.65%) 미국(2.48%) 일본(1.87%)보다 훨씬 낮았다.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가 낮다는 걸 보여주는 근거는 그동안 정부와 여당에서 다양하게 제시됐다. 지난해 7월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2008년 0.285%였던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이 2015년 0.279%로 떨어졌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같은 기간 부동산 시장가격이 약 40% 오를 때 부동산 보유세는 약 26% 증가하는 데 그쳤다는 통계도 있다.
정부는 1월 중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 구성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부동산 보유세 인상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재정개혁특위에는 20명 이상 민간위원이 참여하고 이 가운데 1명이 위원장을 맡는다. 재정개혁특위에서 마련한 부동산 보유세 인상안은 이르면 6월 발표될 정부의 조세정책 방향에 담길 예정이다.
부동산 보유세를 인상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로 나뉘는 보유세의 세율을 올리는 방안부터 공정시장가액비율(과세표준을 정할 때 적용하는 공시가격의 비율)을 상향조정해 과표구간을 현실화하는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다주택자의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