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 출근·동계 휴가·단축 근무… 공무원을 위한 나라?

입력 2018-01-16 15:09

정부가 16일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 정책을 쏟아냈다. 공공기관부터 장시간 근무 문화를 바꿔 결국에는 민간 기업에까지 확대되도록 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근무 혁신이 민간 부문까지 넘어가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법으로 보장된 연차나 육아휴직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할 만큼 일반 직장인의 현실은 척박하다. 정부가 이날 잇따라 공무원 근무환경 개선책을 내놓자 온라인에선 “공무원만 살기 좋은 나라”라는 한탄이 이어졌다.

초과근무 ‘시간’으로 보상… 동계휴가제 시행

인사혁신처와 행정안전부는 이날 ‘정부기관 근무혁신 종합대책’을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마련해 국무회의에 공식 보고했다. 인사처는 이달 중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오는 3월 말이나 4월 초 시행할 계획이다.

먼저 2022년까지 공무원의 초과근무시간을 현재 대비 약 40% 감축하고, 연가 100% 사용을 목표로 하는 정책을 추진한다. 올 상반기부터 초과근무시간을 금전뿐만 아니라 ‘시간’으로도 보상해주는 제도를 시행해 초과근무를 하면 그만큼 단축근무 또는 연가로 활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자녀 봄방학이나 연말을 이용한 동계휴가제(1∼3월)도 운영한다. 남은 연가를 이월해주는 연가저축기간도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해 자녀교육, 자기개발, 부모봉양 등 생애주기에 따라 필요한 시기에 장기휴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뉴시스

출산·육아 위해 2시간 단축근무… 교육부도 ‘10시 출근제’

인사처는 또 저출산 문제 해소를 위해 ▲육아시간 ▲모성보호 시간 ▲배우자 출산휴가 ▲자녀돌봄휴가일수 및 사유를 확대하기로 했다.

육아시간의 경우 만 5세 이하 자녀를 둔 공무원이면 최대 24개월 범위에서 하루 2시간씩 단축근무를 할 수 있도록 변경된다. 현재는 생후 1년 미만 자녀를 둔 공무원이 하루 1시간 단축근무를 할 수 있다.

모성보호시간은 임신 후 12주 이내 또는 임신 후 36주 이상 여성공무원이 하루 2시간 단축근무를 할 수 있었던 제도를 임신기간 내내 하루 2시간씩 단축근무를 할 수 있도록 바꿨다.

배우자 출산휴가는 5일에서 10일로 늘리고, 자녀 수에 상관없이 공무원 1명당 연간 2일인 자녀돌봄휴가를 세 자녀 이상의 경우 연간 3일로 확대한다. 또 학교공식 행사 참석 외 자녀의 병원진료나 검진, 예방접종 등에도 자녀돌봄휴가를 허용한다.

같은날 교육부도 기존 유연근무제를 개선해 ‘자녀돌봄 10시 출근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실제로 키우고 있는 직원은 별도로 신청하지 않고도 10시에 출근해 7시에 퇴근할 수 있다.

이와 별도로 생후 1년 미만의 유아를 키우는 직원의 경우 하루 1시간의 육아시간을 부여받는다. 이에 따라 근무시간은 7시간으로 줄어든다. 이 제도의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되는 직원은 11명(지난해 월평균 0.8명)이다.

픽사베이

“공무원 아니라 서러워”… 민간 기업도 바뀔까

이번 대책은 중앙부처부터 우선 시행하며 지자체·공공기관 등으로의 확산은 관련 부처에서 추후 검토할 방침이다. 김판석 인사처장은 “공직사회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장시간 근로문화를 해소하고 효율적 근무여건 조성의 모범이 돼야 한다”며 “주 5일 근무제가 공직에서 시작돼 민간부문에 정착됐듯이, 근무혁신이 공공부문과 민간까지 확산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무원 우선 정책이 오히려 일반 직장인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네티즌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맞지만 사회 전반을 공무원 수준으로 올려야지, 중소기업 직장인과 실업자들에게 자괴감만 주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초과근무를 시간으로 보상해준다는 기사에는 “초과근무를 허위로 올리면 파면시키는 정책도 도입하라” “일 안하고 수당 받는 공무원부터 처벌하고 환수하라” 등의 분노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육아를 위한 근무시간 단축 등에 대해서도 “사기업으로 전파가 불가능한 복지”라는 부정적인 의견이 가득했다.

공직사회와 민간 부문의 근로조건이나 처우 격차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지난해 10월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이 발표한 ‘민간임금격차의 실태와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공무원의 평균 연봉은 6257만원, 연평균 근로시간은 2178시간이었다.

반면 민간 부문 전체의 평균 연봉은 5124만원에 그쳤다. 연평균 근로시간은 2293시간으로 공무원에 비해 100시간 이상 많았다. 시급으로 따지면 공무원의 시간당 임금은 2만9090원으로 일반 직장인의 2만2921원보다 약 6000원 많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