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부실 대응’ 논란에 경찰 수사의 칼날이 소방 지휘관들을 겨냥하고 있다.
경찰은 12일 제천소방서 소속 소방관 6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한 데 이어 15일 충북소방본부와 제천소방서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번 주 중에는 제천소방서장 등 지휘관들을 줄줄이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압수수색에 이은 소방 지휘관 징계와 경찰 소환에 소방관들은 비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소방관은 “화재 현장에 출동하면 생명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서 일해왔고, 제천 화재 때도 마찬가지였다”며 “동료들 모두 구조를 기다리던 사람들을 제대로 구하지 못했다는 점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잘잘못은 엄중히 따져야겠지만 경찰이 공개적으로 압수수색을 하고 벌써 사법 처리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은 심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소방관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자부심 하나로 버텨왔는데 죽을힘을 다하고도 죄인 취급을 당하니 소방직을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의욕이 떨어지고 자괴감마저 든다”고 푸념했다.
경찰은 앞서 화재 진압 및 인명 구조와 관련해 소방 지휘부의 판단에 대해서 사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현장 지휘체계에 문제가 있었다는 소방합동조사단 조사 결과 발표 이후 방향을 선회했다.
소방대원들은 아니더라도 소방 현장을 지휘한 지휘관들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직무 유기 등의 혐의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경찰은 출동 후 40분간의 초동 대처에 대해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오후 3시53분 첫 신고가 접수된 후 선착대가 오후 4시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구조대가 2층 여성 사우나의 유리창을 깨고 진입한 시점은 오후 4시33분이다. 구조대가 2층에 진입했을 때는 갇혀있던 사람들이 모두 숨진 상태였다.
유족들은 2층 여성 사우나로 신속하게 진입해 구조에 나섰거나, 유리창을 깨 유독 가스를 외부로 빼냈다면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소방 지휘부의 대처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해왔다. 경찰이 12일 화재 현장에 최초 출동했던 소방관 6명을 소환해 조사한 이유도 선착대 출동 후 33분간의 지휘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는지를 규명하기 위한 의도로 알려졌다. .
수사본부 관계자는 “국민적 관심이 쏠린 이번 화재 참사와 관련, 한 점의 의혹도 없이 신속하고 명확하게 참사 책임을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현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