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부터 가상화폐 관리 주문… 정작 당국은 ‘나 몰라라’

입력 2018-01-16 06:11

가상화폐 정의 내리지 못해
부처간 ‘책임 미루기’ 계속

정부의 암호화폐(가상화폐) ‘뒷북 행정’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학계와 국책연구기관은 2014년부터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비트코인이 500달러(약 53만원) 수준에 거래되던 시절이다. 이때부터 과세 방안을 비롯한 관리 체계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정부는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가상화폐에 대한 우려를 본격적으로 제기한 것은 학계다. 한국증권법학회가 2014년 12월 발간한 증권법연구 15호에 실린 김홍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논문은 한국에 관련 규제 장치가 없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최근 디지털 가상화폐 거래의 법적 쟁점과 운용 방안’ 논문을 통해 불법자금 조성이나 탈세, 소비자 보호 장치가 미비하다고 짚었다.

규제 장치가 없는 이유로는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의 ‘책임 미루기’를 들었다. 가상화폐를 상품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증권의 종류로 볼 것인지에 대한 정의가 부재했다. 일본의 사례처럼 상품으로 볼 경우 기재부 관리 대상이지만 증권이라면 금융위에서 관리해야 한다. 서로 책임을 미루다 보니 담당 부처 자체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2014년 8월 기준 1비트코인이 500달러에 거래되는 상황을 예로 들면서 향후 관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논문은 전담 부처가 정해지지 않다보니 관리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해소 방안으로는 거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전담부서 마련 필요성을 꼽았다. 증권사처럼 법 테두리 내에 있는 중개기관이 없는 가상화폐의 독특한 상황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지적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2015년 12월 논문에서도 다시 한 번 제기된다. 조세연은 ‘가상화폐 사용 증대에 따른 과세상 쟁점과 대응 방안’ 보고서를 통해 거래 상황을 살펴볼 수 있는 장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비트코인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개업자를 통해 세원을 추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