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까지 침투하는 초미세먼지…청소년 비행 부추긴다

입력 2018-01-15 16:26
뉴시스

동장군이 물러가고 초미세먼지가 찾아왔다. 서울과 인천, 경기도에 ‘초미세먼지 비상조치’가 발령된 가운데 초미세먼지가 청소년 비행을 부채질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초미세먼지는 호흡기질환과 심혈관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미국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 의과 대학 연구팀 최근 초미세먼지가 뇌까지 영향을 미쳐 각종 청소년 비행에도 관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에 살고 있는 청소년 682명을 대상으로 9~18세까지 2~3년 간격으로 ▲무단결석 ▲사기 ▲절도 ▲공공기물파손 ▲방화 ▲약물 남용 등 부모가 작성한 ‘아동 행동 평가척도’를 분석했다. 아울러 청소년이 초미세먼지에 얼마나 많이 노출되는지도 함께 분석했다.

그 결과 조사 대상 청소년 75% 정도가 환경청(EPA) 초미세먼지 대기환경 기준 연평균 12㎍/㎥가 넘는 지역에 거주하고 있었다. 일부는 환경기준 2배가 넘는 곳에 살고 있었다.

대기 오염이 증가할수록 청소년 비행 가능성도 커졌다. 1㎥당 미세 먼지가 4.5마이크로그램(㎍) 늘어날 때마다 청소년 비행 비율은 22% 증가했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 등 청소년 비행에 영향을 주는 여러 가지 요인을 감안했을 때도 결과는 같았다.

오염된 공기는 뇌에 직접 독성 효과를 미치거나 체내 염증이나 면역 반응을 촉진해 간접적으로 뇌 기능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 호흡기와 심혈관을 넘어 이제 뇌에도 영향을 미쳐 결과적으로 행동에까지 영향을 주는 것이다. 나아가 비행을 넘어 범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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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초미세먼지와 청소년 비행을 연결시키는 것은 비약이라는 주장도 있다. 초미세먼지보다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이 청소년 비행을 유발했을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는 이유다. 조사 대상인 LA 지역의 경우 사회⋅경제적 약자가 고속도로 주변 같은 환경이 열악한 지역에 거주하고 있었기 때문에 초미세먼지에 어쩔 수 없이 노출되는 환경이었을 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대기오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뇌까지 침투한 초미세먼지가 뇌에 염증을 일으켜 뇌 구조나 신경망을 손상시켜 뇌 발달을 저해하고 결과적으로 청소년 비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초미세먼지가 뇌에 신경독성으로 작용하는 영향이 충분히 크다는 것이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