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혐 논란 일으킨 ‘돼지바’ 광고…롯데푸드 “사회적 맥락 몰랐다”

입력 2018-01-15 15:25


롯데푸드가 조남주 작가의 베스트셀러 ‘82년생 김지영’을 패러디한 광고를 소셜미디어(SNS)에 게재했다가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사과문을 게재했다.

롯데푸드는 지난 14일 인스타그램에 SNS운영팀 명의의 사과문을 게재하고 “콘텐츠 제목 부분은 1983년에 출시된 돼지바를 이야기하기 위해 2017년 베스트셀러였던 책의 제목과 표지 디자인을 패러디하는 과정에서 적절치 못한 용어가 사용됐다”며 “콘텐츠에 대해 보내주신 염려와 비판에 깊은 반성을 하고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베스트셀러의 패러디라는 요소에 집중한 나머지 책의 내용이 담고 있는 요소에 대한 사회적 맥락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했다”고도 했다.

이번 논란의 발단은 롯데푸드가 지난 13일 ‘83년생 돼지바’라는 광고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린 거였다. 한 여성이 ‘83년생 돼지바’라는 책을 읽는 사진이었다. 제목만 바꿨을 뿐 ‘82년생 김지영’ 책 표지디자인을 그대로 따왔고, 돼지 이미지와 함께 소설에 등장하는 “나보고 맘충(민폐를 끼치는 아이 엄마를 비하하는 은어)이래”를 비틀어 “나보고 관종(관심받고 싶어하는 사람을 비하하는 은어)이래”라는 문장까지 끼워넣었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롯데푸드 광고가 여성 차별에 대한 문제제기를 담고 있는 소설과 페미니즘 지지자들을 조롱했다고 지적했다. 페미니스트를 ‘뚱뚱하고 게으른 여성’으로 비하하는 여성혐오 사이트 이용자들의 인식이 그대로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광고 사진에서 책을 읽는 이를 여성으로 설정한 것은 페미니즘 지지자를 ‘관종’으로 비하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롯데푸드는 이에 대해 “돼지바 관련 콘텐츠가 많은 분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왔기에 고객들의 관심을 얻고자 하는 노력이었다”며 “발행된 콘텐츠로 인해 불편했을 모든 분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