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가즈아” 외치지만… 암호화폐 손실 책임, 이제 투자자 몫

입력 2018-01-15 13:10
뉴시스

정부가 암호화폐(가상화폐)를 사실상 시장에 맡겼다. 투기를 억제하면서 기반기술을 육성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한때 언급됐던 ‘거래소 폐쇄’ 방안은 협의를 거치기로 했다. 투자자들은 환영했지만 이제 손실의 책임은 자신의 몫으로 안게 됐다. 정부는 특별히 ‘책임’을 강조해 주의를 당부했다.

정부는 15일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 명의로 보도자료를 내고 “12·28 특별대책에서 밝힌 실명제를 차질 없이 추진하면서 시세조작, 자금세탁, 탈세 등 거래와 관련한 불법행위를 검찰, 경찰, 금융당국의 합동조사로 엄정 대처하겠다”며 “과도한 투기와 불법행위를 강력히 대응하되 기반기술인 블록체인에 대해서는 연구개발 투자를 지원하고 육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거래소 폐쇄’ 방안에 대해서는 “특별대책 논의에서 법무부가 제시했던 억제책의 하나”라며 “앞으로 범정부 차원의 충분한 협의와 의견조율을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상당한 반발 여론을 고려해 당장 폐쇄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투자자들은 대부분 환영했다. 디시인사이드 비트코인 갤러리 등 암호화폐 커뮤니티 사이트 게시판에선 모처럼 “가즈아”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가즈아’는 상승장으로 간다는 의미의 ‘가자’를 응용한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조어. 이 표현은 암호화폐 열풍이 불었던 지난달부터 여러 커뮤니티에서 유행처럼 번졌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에서 시행 가능성이 예고됐던 여러 대응방안이 이미 시장에 반영된 듯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큰 폭의 상승장은 나타나지 않았다. ‘대장화폐’ 비트코인은 낮 12시45분 현재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서 1915만8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24시간 전과 비교하면 4.09% 포인트(81만9000원) 하락한 가격이다.

당장 거래소를 폐쇄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정부의 이번 입장은 시장의 자율성을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대신 ‘거품 붕괴’ 등의 손실 책임 역시 투자자 개인에게 돌아간다는 우려와 경고를 내포하고 있다. 정부는 암호화폐를 법정통화로 인정하지 않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처음으로 ‘자기책임’을 언급했다.

정부는 “암호화폐의 가치를 어느 누구도 보장하지 않는다. 불법 행위, 투기적 수요, 국내외 규제환경 변화에 따라 가격이 큰 폭으로 변동해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채굴, 투자, 매매 등의 행위는 자기책임 하에 신중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당부한다”고 경고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