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영화 ‘1987’을 관람한 후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의 희생 위에 우리가 서 있다는 것을 한시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무거운 메시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14일 오후 서울 종로 CGV피카디리1958 극장에서 페이스북 친구 20명과 함께 영화 ‘1987’을 관람한 후 인근 호프집에서 “주요 등장인물과 그분들이 했던 역할이 거의 사실과 부합했다. 취재를 많이 했고 구성을 잘한,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 평가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팩트가 주는 무게가 크다. 박종철씨나 이한열씨 같은 평범한 대학생의 죽음 위에 우리가 지금 서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권력이 광기에 휩싸이면 영화에 나온 그 정도 폭력도 자행한다. 그런 위험성을 줄여가는 게 민주화”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평범한 사람들의 대규모 시위로 4·19혁명과 6월항쟁, 촛불혁명을 꼽으며 “4·19와 6월항쟁은 권력의 횡포라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촛불혁명은 권력이 갑자기 착해져서 평화집회가 된 게 아니라 권력이 없어져서 평화집회가 됐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아직도 우리는 민주주의가 완성됐다고 자만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옛 남영동 대공분실(현 경찰인권센터)을 시민단체가 운영해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선 “경찰청에서 시민단체와 협의해서 관리하는 방안을 낸다고 했으니 기다려보자”고 답했다.
실제로 당시 동아일보 기자였던 이 총리는 “(영화의) 그 정도 까지는 아니었고 영화보다는 조용했을 것”이라며 “내부에서는 치열함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회고했다.
또 “영화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서울시청 앞 광장 집회 때 동아일보 야당 출입기자로 현장에 있었다”며 “당시 최루탄을 유별나게 견디지 못해 프라자 호텔 커피숍으로 실려 갔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특히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보도한 동아일보 윤상삼 기자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도 밝혔다. 이 총리는 “영화에 등장하는 윤상삼 기자는 제 후배였고 나중에 동경 특파원을 했는데 그 때 제가 국제부장을 했었다”며 “간암이 발견돼 조기 귀국했다가 얼마 안 있어 세상을 떠났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당시 장례위원장을 맡았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총리는 영화관람 후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수많은 보통사람들의 억울한 희생과 용기 있는 선택을 딛고 지금 우리가 산다는 사실을 무겁게 알려주는 영화”라고 글을 남겼다.
앞서 10일 이 총리는 페이스북에 “영화관람 번개 모임을 제안한다”며 “스무 분 정도를 모시겠다. 영화관람 후엔 생맥주 한 잔 나누겠다”는 글을 올려 지난해 8월 영화 ‘택시운전사’ 이후 두 번째 영화관람 번개 모임을 가졌다.
지동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