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주 중부의 소도시 웨나치가 저렴한 전기료 탓에 ‘가상화폐 광산’으로 변모하고 있다.
CNBC는 11일 최근 이 작은 도시가 비트코인 채굴자들의 집으로 둔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웨나치 전력회사 책임자 스티브 라이트는 매체에 “지난해 12월 비트코인 가격이 폭등하자 약 75명의 비트코인 채굴자가 이곳으로 오겠다며 문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 채굴자들이 웨나치로 몰려드는 이유는 저렴한 전기료 때문이다. 웨나치의 전기 요금은 kwH당 평균 2~3센트 수준으로 미국 평균 전기 요금에 비해 최대 6배 저렴하다.
이곳의 전기료가 여타 지역에 비해 월등히 저렴한 이유는 컬럼비아 강에 있는 댐 덕분이다. 컬럼비아 강은 수력 발전으로 엄청난 양의 전력을 제공하고 있다.
전기료 뿐만이 아니다. 웨나치의 기온이 낮다 보니 쉴새 없이 돌아가는 컴퓨터의 온도를 적절하게 맞출 수 있다. 도시가 작아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의 수가 적어 인터넷의 속도도 빠르다. 라이트는 “전기료의 값도 저렴하지만 인터넷 속도도 빠르다”라며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추고 있다 보니 채굴자들이 ‘비트코인의 기회’라고 생각한 듯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채굴자들의 등장으로 걱정도 만만치 않다. 그는 “비트코인 채굴자들이 이곳에 와서 우리의 저렴한 전기료를 이용한 뒤 떠나버린다면 마을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곳에서 3개의 채굴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초기 비트코인 채굴자 말라시 살시도는 CNBC에 “3년간 한 번도 전력이 중단된 적 없다”며 “매일 5~7개의 비트코인을 채굴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11000개의 가정에 공급할 수 있는 양의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며 “올 7월까지 하루에 50개의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의 가상화폐를 채굴하기 위해서는 채굴 프로그램의 암호를 경쟁자보다 빠르게 해독해야 한다. 이에 암호를 푸는 연산 프로그램이 설치된 대량의 컴퓨터가 동원된다. 컴퓨터를 쉴 새 없이 돌리다 보니 이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전력이 사용된다. 전력 소모가 많은 만큼 채굴 업체들은 전기료가 저렴한 지역을 찾는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올해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되는 전력량이 전 세계 전력 소비량의 0.6%인 140TWh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아르헨티나 전체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 규모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