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열사 31주기 추모열기 후끈…영화 ‘1987’ 영향

입력 2018-01-14 19:52


박종철 열사 사망 31주기를 맞아 1987년의 주역들이 모여 박 열사를 추모했다. 영화 ‘1987’의 개봉으로 고문치사 사건이 재조명되면서 추모 열기는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옛 남영동 대공분실(현 경찰청 인권센터)에서 진행된 추모식에는 박 열사의 친형 박종부씨와 부검을 지시했던 최환 당시 서울지검 공안부장 등이 참석했다.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씨도 대공분실 509호실을 찾아 박 열사의 영정 앞에 헌화했다. 오전에는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 박종철 열사 묘소에서 당시 고문치사 사건 축소·조작을 폭로한 이부영 전 의원이 추모사를 읊었다. 전날에는 영화 ‘1987’의 장준환 감독과 배우 김윤석 강동원 이희준 여진구도 고인의 묘소를 찾았다.

이날 박 열사가 고문을 받았던 509호에는 수많은 국화가 놓였다. 전날 영화 ‘1987’을 관람하고 이곳을 찾았다는 직장인 최모(37)씨 부부는 “근처 교회에 다니는데 이곳의 의미에 대해 몰랐다”며 “박 열사의 희생과 다른 분들의 용기 때문에 지금이 가능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1987년 당시 가해자였던 경찰도 추모의 뜻을 전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전날 지금은 인권센터가 된 대공분실을 찾아 박 열사를 추모하고 박 열사의 묘소 앞에 경찰청장 이름의 조화를 보냈다. 하지만 추모식을 주관한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는 “경찰이 박종철 열사 등 여러 민주열사를 고문했던 공간을 자신들의 인권센터로 기념하는 건 옳지 않다”며 대공분실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달라고 주장했다.

박종철 열사의 하숙집이 있던 서울대 인근 거리도 13일 ‘박종철 거리’로 선포됐다. 관악구는 박 열사의 얼굴이 새겨진 현판을 세우고 1987년의 의미와 박 열사의 희생을 기렸다.

임주언 권남영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