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 죽게 해” 박정희 욕했다가 ‘징역형’… 40년만에 ‘무죄’

입력 2018-01-14 09:47
뉴시스

1970년대 박정희 전 대통령과 당시 정부 정책을 비난했다가 유죄 판결을 받았던 이에게 40년 만에 무죄 선고가 내려졌다. 그는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다. 광주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이상훈)는 대통령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과 집행유예가 선고됐던 A씨(1919년생·사망)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1976년 10월 15일 오후 2시20분쯤 전남의 한 지역을 지나던 버스를 타고 가다 승객 60여명 앞에서 “박정희가 정치도 못하면서 높은 사람들만 잘 살게 하고 서민을 죽게 만들었다” “댐 공사비는 주지 않으면서 일만 시켜먹고 있다” “정치도 못하면서 세금만 몽땅 올렸다” 등의 말을 했다. A씨는 유언비어를 유포하고 사실을 왜곡해 전파한 혐의로 기소됐다.

1977년 4월 법원은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에 근거해 A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자격정지 2년을 선고했다.

수십년이 흘러 검찰은 과거의 잘못된 법 적용을 바로잡는 차원에서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2017년 11월 7일 사유가 있다고 판단해 재심을 결정했다. 재심 재판부는 “A씨 공소사실은 적용 법령인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가 애초부터 위헌·무효이므로 범죄가 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히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통령긴급조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2년 공포한 유신헌법을 바탕으로 1호부터 9호까지 발령됐다. 이 중 1975년 5월 13일 공포된 제9호는 집회·시위, 유신헌법에 대한 부정·반대, 개정·폐지 주장 등을 일절 금지하고 이에 따른 명령 및 조치는 사법심사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법원은 2013년 4월 긴급조치 제9호는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목적상 한계를 벗어나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위헌·무효로 판결했다.


문지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