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국적은 얻었지만 도피신세 못 면한다

입력 2018-01-12 16:27
줄리안 어산지. AP뉴시스

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6년째 도피 생활 중인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46)가 에콰도르 시민이 됐다. 하지만 면책 특권을 얻는 데는 실패해 도피 생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위키리크스는 정부와 기업, 단체의 불법·비리 등 비윤리적 행위를 알린다는 목적으로 2006년 12월 설립된 고발 전문 웹사이트다. 어산지는 이 사이트와 관련된 인물 중 유일하게 신원이 밝혀진 사람으로 언론의 자유와 검열 반대를 주장해 온 전문 해커 출신이다.

마리아 페르난다 에스피노사 에콰도르 외무장관은 11일(현지시간) 현지 수도 키토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어산지가 에콰도르 귀화를 희망한다는 의사표현을 지속적으로 해왔고, 지난달 12일 시민권을 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어산지도 이날 오전 트위터에 노란색 에콰도르 축구대표 유니폼을 입은 자신의 사진을 올리면서 귀화가 확정되었다는 사실을 암시한 바 있다.

에콰도르 시민은 됐지만 면책특권은 받지 못했다. 에스피노사 장관은 “영국 정부와 어산지 문제를 풀기 위해 품위 있는 해법을 모색해왔다”면서 “어산지가 시민권을 획득한 이후 영국 정부에 어산지에 대한 외교관 지위를 인정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영국 외무부는 거부했다. 외교관 지위를 부여받으면 면책 특권까지 얻을 수 있어 어산지도 도피 생활을 마감하고 대사관 바깥으로 나올 수 있지만 그럴 수 없게 됐다.

한편 호주 출신 어산지는 2012년 스웨덴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 받았으나 응하지 않고 영국 런던에 있는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들어가 지금까지 도피해왔다. 스웨덴 검찰은 지난해 5월 어산지 수사를 중단하고 체포영장도 철회했지만 영국 경찰은 여전히 그가 대사관을 나오는 즉시 체포할 계획이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