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공직유관단체 256곳 채용비리 특별점검
“모집공고 없이 지인 자녀 뽑고
채용요건, 맞춤형으로 임의변경”
아는 사람의 자녀를 인사 규정까지 어겨가며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자격 요건을 조작해 특정인에게 특혜를 준 공직 유관단체가 대거 적발됐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72개 공직 유관단체 중 최근 5년간 채용을 진행한 256곳을 대상으로 지난해 11∼12월 채용비리 특별점검을 벌였다. 그 결과 200개 단체에서 946건의 채용비리를 적발했다고 11일 밝혔다. 권익위는 청탁, 서류조작 등 혐의가 짙은 10건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48건에 대해선 해당 단체에 징계를 요구했다.
권익위가 수사의뢰키로 한 사례는 모집공고 없이 지인을 채용하거나 채용자격 요건을 특정인 맞춤형으로 임의 변경한 경우다.
권익위에 따르면 A단체의 이사장 2명은 2014년 4월 채용공고 없이 지인의 자녀를 정규직 직원으로 채용했다. 또 서류·면접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임시직 16명을 지명해 채용하도록 지시한 사실도 드러났다.
B단체는 지난해 4월 이사장의 운전기사를 신규 경력직으로 다시 채용하기 위해 자격 요건에 없던 ‘부사관 경력자’를 추가했다. 이어진 서류·면접 전형에선 심사위원들이 의도적으로 고득점을 부여한 사실도 확인됐다. C단체는 2014년 4월 전직 임원의 자녀가 채용공고에 기재된 학력·경력에 미달하는데도 채용하는가 하면 D단체의 예술감독은 부지휘자를 미리 낙점해 놓고 자신이 선정위원으로 들어가 최종 선발하는 일도 있었다. 권익위 관계자는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합격 취소 등 별도 처분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직 유관단체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거나 임원 선임 시 승인을 받는 기관·단체 중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정하도록 돼 있다. 소규모 협회, 공제회, 진흥회, 센터 같은 곳이 많다보니 이번에 적발된 946건의 채용비리 중 가장 많은 유형이 ‘규정 미비’(23.4%)였다. 채용 심사위원에 지원자와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을 포함시키거나 내부 인사만으로 심사위를 구성한 사례도 20.2%에 달했다. 연도별 채용비리 건수는 2013년 박근혜정부 출범 첫해 95건에서 탄핵 등으로 어수선했던 지난해 215건으로 배 이상 늘었다.
이번 조사는 기관별 감사관실이 점검반을 편성해 현장점검 위주로 실시됐다. 기관의 조사 결과가 부실한 경우엔 권익위가 심층 조사에 나섰다. 권익위는 채용비리신고센터를 상시 운영하고 제도적 개선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권익위의 공직 유관단체 채용비리 점검에 앞서 기획재정부는 330개 공공기관, 행정안전부는 824개 지방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특별점검을 마쳤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