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시키겠다” 화학약품 뿌린 6학년…부모 불복에 ‘전학 취소’

입력 2018-01-11 11:22
픽사베이 사진자료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이 같은 반 여학생들을 향해 폭언을 일삼으며 심지어 얼굴에 화학약품을 뿌리는 일이 발생했다. 사건 후 남학생은 ‘강제 전학’ 처분을 명령받았지만 재심에서 취소돼 피해 여학생들과 같은 학교에 남게 됐다.

A군에게 강제 전학 처분이 내려진 것은 지난해 12월이었다. A군과 피해 여학생들이 재학 중인 부산의 한 초등학교는 학교폭력위원회(학폭위)를 열어 A군에게 강제 전학, 특별교육 20시간 이수, 피해자에 대한 서면 사과를 명령했다. 위원 6명의 만장일치 결정이었다.

그러나 해당 처분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없던 것이 됐다. 학폭위 결정에 불복한 A군의 부모는 부산시교육청에 재심을 청구했고, 강제 전학 처분은 ‘학급 변경’ 처분으로 교체됐다.

재심 판결부는 “전학보다 가벼운 징계로는 교육적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단정 짓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A군에 대한 처분 및 교육이 전학보다 가벼운 징계를 통해 충분히 실현될 수 있다는 뜻이다.

11일 학교와 피해 학부모에 따르면 A군은 같은 반 여학생들의 신체 부위를 지적하며 놀리거나 “죽여버리겠다”는 폭언을 상습적으로 해왔다. 지난해 11월에는 미술 수업 도중 같은 반 B양의 얼굴에 화학약품을 뿌리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이 있기 전 A군은 B양에게 “눈을 실명시키겠다”며 폭언을 쏟아부은 사실도 확인됐다.

이후 조사 과정에서 A군은 “유리 세정제를 실수로 얼굴에 튀게 했다”고 주장했다. 또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변명으로 일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학부모는 “딸이 보복 우려에 떨고 있다”며 울분을 토했다. 전학 처분이 취소되자 신고에 동참하려던 또 다른 여학생은 신고를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초등학교 내에서 심각한 수준의 학교폭력이 잇따라 발생하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포항의 한 초등학교 1학년 여학생들이 수개월 간 같은 반 여학생을 집단 폭행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가해 학생들은 가방끈 등을 이용해 피해 학생을 때리고, 화장실에 감금해 양변기에 발을 강제로 빠뜨리기도 했다.

이 사건 역시 학폭위가 가해 학생 전원에게 강제 전학 처분을 내렸지만 학부모들이 불복해 재심을 청구했다. 당시 경북도교육청은 학폭위의 징계 조치가 적정하다고 판단해 가해 학생들의 전학 처분이 완료됐다.

그러나 피해 학생은 대소변을 지리고 코피를 흘리는 등 극심한 스트레스와 트라우마에 시달렸지만 재심이 진행되는 동안 가해 학생들과 한 교실에서 생활해야 했다.

문지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