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흡입 직후 결과예측까지 … 의료계에 스며든 인공지능

입력 2018-01-11 09:00 수정 2018-01-11 10:54

진료실에도 ‘인공지능’ 바람이 불고 있다. 국내서 손꼽히는 대학병원들도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들과 협약을 맺고 의료산업에 IT기술을 접목하는 연구에 나서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의 경우 2016년 12월 국내최초로 인공지능 ‘왓슨 포 온콜로지’를 도입, 암진료에 적용하고 있다. 미국의 한 기술회사는 “컴퓨터는 사람보다 심장병, 뇌졸중 등 병의 패턴을 빠르고 저렴하게 진단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인공지능 바람은 이제 중견병원에까지 미치고 있다. 빅데이터를 축적한 인공지능 시스템을 진료에 본격적으로 활용하는 곳이 늘고 있다. 서울 송파구 민트병원의 경우 자궁근종 하이푸치료 시 최적의 치료 및 안전 조건을 제시하는 시스템이 적용된 MR하이푸로 보다 안전한 치료에 나서고 있다. MR하이푸에는 치료 시 과도한 발열로 인한 정상조직 손상을 막아주는 자동 쿨링시스템이 탑재돼 있어 화상에 대한 걱정 없이 치료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요즘 가장 눈에 띄는 인공지능 적용사례는 단연 365mc네트웍스의 ‘메일시스템’(M.A.I.L System·Motion Capture and Artificial Intelligence assisted Liposuction System)이다. 365mc는 지난해 9월 마이크로소프트, 한국전자부품연구원(KETI) 등과 협력해 지방흡입수술을 돕는 인공지능 메일시스템을 개발했다. 미용성형 분야에 최초로 적용된 인공지능기술이라는 점에서 이목을 끌고 있다. 이는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지방흡입수술 결과를 위해 마련됐다.

지방흡입수술은 피부·근육층 사이의 지방층에 캐뉼라를 삽입해 순수지방세포를 제거하는 체형성형의 일종이다. 허벅지, 복부, 팔뚝 등에 과도하게 쌓인 지방세포를 영구히 제거해 가시적인 사이즈 감소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성공적인 지방흡입수술 결과를 만드는 지표 중 하나는 ‘올바른 캐뉼라 스트로킹’이다. 환자가 원하는 몸매를 얻으려면 시술 집도의가 캐뉼라를 넣었다 뺐다 하는 동작을 적어도 2만번 이상 반복해야 한다. 허벅지의 경우 원통형인 만큼 수시간이 걸려 체력적으로 힘들어지기도 한다. 이때 실수로 캐뉼라 스트로크 동작이 잘못돼 피부층이나 근육층을 건드릴 경우 피부유착 및 요철, 장기 및 혈관 천공이 발생할 수도 있다.

메일시스템은 ‘감’에 의존하던 지방흡입수술에서 최적의 동작을 제시해 올바른 스트로크 가이드 역할을 하게 된다. 수술 중에는 집도의에게 캐뉼라를 찌르는 깊이, 속도, 좌표 등 패턴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이후 스트로크의 적정성을 평가하고 수술 후 결과를 예측한다.

메일시스템의 창시자인 대전 글로벌365mc병원 이선호 대표병원장은 “메일시스템을 활용하면 문제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스트로크 모션을 실시간으로 인지하고,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소개한다. 그는 “이 시스템은 집도의의 수술동작을 모두 모션캡처해 디지털데이터로 기록하고, 잘된 수술과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의 데이터를 패턴화해 분석해낸다”며 “이를 통해 문제유발 가능성이 높은 스트로크 모션을 실시간으로 인지해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고 설명했다.

지방흡입수술 경과를 바로 예측할 수 있다는 것도 M.A.I.L 시스템의 장점이다. 보통 지방흡입수술 결과는 8주 정도 지나야 확인할 수 있다. 수술 후 2~4주간 부종과 멍이 지속되기 때문. 반면 메일시스템을 적용할 경우 실시간으로 캐뉼라의 궤적정보를 패턴화해 수술 직후 멍과 뭉침, 염증, 사이즈 변화 등에 대한 수치화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시스템이 수술종료 후 ‘오늘 수술받은 환자의 멍 들 확률은 44%, 염증 확률은 1%, 수술 만족도는 88% 입니다’와 같이 안내하게 된다.

이선호 병원장은 “메일시스템의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수술 후 즉시 경과를 예측할 수 있고, 시술자는 주관적인 감이 아닌 정량화된 최적의 스트로크 모션의 기준을 따라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수술만족도도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지털기획팀 이세연 lovo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