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여성 경찰관이 후배의 성범죄 피해 신고를 도왔다는 이유로 조직 내에서 ‘갑질’과 음해를 당했다며 1인 시위를 벌였다.
경남지방경찰청 소속 A경위는 지난 8일과 9일 휴가를 낸 뒤 김해서부경찰서 정문 앞에서 공개 감찰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손에 들고 있는 노란색 피켓에는 ‘성범죄, 갑질 없는 직장에서 일하고 싶습니다’라는 문구가 커다랗게 적혀있었다.
A경위는 피켓을 통해 “후배 여경의 직장 내 상습 성추행 사건을 알게 돼 신고하도록 도왔다. 가해자는 제가 성희롱을 조작한 여경이라는 허위 소문을 전 경찰서에 퍼트렸다. 가해자는 업무 단톡방에도 저에 대한 비난성 글을 올려 제 명예를 공개적으로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또 가해자가 자신이 처리한 112신고건의 사실 관계를 왜곡해 보복성으로 형사 고발했다고 주장했다.
B지구대장의 갑질로 고통받았다는 내용도 담겼다. A경위 주장에 따르면 B지구대장은 “너 때문에 우리 경찰서 치안성이 꼴찌 된다. 너 때문에 피해 여경 조사받게 돼 2차 피해 입는다. 성비위 면담했는데 나한테 먼저 보고해서 무마하게 해야지 왜 감찰에 신고하게 했느냐”며 성비위 책임을 A경위에게 전가했다. 이 사건으로 A경위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정신과 치료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남경찰청은 지난 9일 “A경위가 주장하는 의혹을 해소하면서 동시에 조사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용표 경남경찰청장이 직접 본청에 감찰을 요청했으며, 본청은 감찰팀을 조직하는 즉시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남경찰청은 또 ‘직장 내 성희롱 방지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즉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여직원 권익보호위원회 운영 △피해자 및 내부고발자 보호대책 △성희롱 예방교육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같은날 김해여성회, 김해시 직장내 성희롱예방대책위원회 등 10여개 여성단체들로 구성된 경남여성단체연합은 경남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서 내 성범죄와 갑질 적폐를 철저히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