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오섹슈얼(Sapio Sexual)’ 열풍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사피오섹슈얼이 실재하고 그 규모를 짐작케 하는 연구결과가 등장했다.
사피오섹슈얼이란 똑똑하거나 현명한 사람에게 성적인 매력을 느끼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사피오(sapio)는 ‘이해하다’라는 뜻의 라틴어다. 쉽게 말해 신조어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 ‘뇌섹녀(뇌가 섹시한 여자)’에게 끌리는 사람을 의미한다.
지난해 예능프로그램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나 ‘문제적 남자’등이 큰 인기를 얻고 ‘지식셀럽’이 늘면서 한국에서도 사피오섹슈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 밖에도 ‘마녀사냥’, ‘말하는대로’, ‘어쩌다어른’ 등 재미있으면서 지식과 정보도 함께 얻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잇따라 흥행에 성공한 바 있다.
사피오섹슈얼은 비단 한국에서만의 일이 아니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신체적 아름다움이 성적 매력으로 여겨지는 사피오섹슈얼리티가 새로운 취향으로 대두되고 있다”며 “어떤 사람들에겐 가장 섹시한 신체 부위가 바로 뇌”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전 세계적인 관심에 서호주대학 질레스 지냑 교수 연구팀은 18~35세 성인 남녀 383명을 대상으로 ‘사피오섹슈얼’ 관련 다양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상대방과 지적 대화를 나눈 뒤 매력을 느끼는 이유와 매력 정도를 1~5점 척도로 표시하도록 했다.
상대방에게 매력을 느끼는 경우, 특히 능력이나 외모가 아닌 성격이나 지적능력 등의 선호도를 살펴보니 ‘친절함’, ‘이해심’이 가장 높은 매력 점수를 얻었다. ‘지적 능력’, ‘유머’, ‘여유’ 등이 뒤를 이었다.
주목할 점은 상대방 지적 능력에서 성적 매력을 느낀다고 답한 사피오섹슈얼이 전체 실험참가자 중 8%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대다수는 지능과 성적 매력 사이에 큰 연관관계를 두지 않았으나 일부는 이 관계에 매우 강한 반응을 보였다. 가장 이상적 지능지수(IQ)를 120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연구진은 “사피오섹슈얼 출현은 대중문화와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부에게는 높은 IQ 등을 통한 지적매력이 진정한 성적 매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사피오섹슈얼은 2010년 이후 주목받기 시작했다. 한 온라인데이팅 앱이 사용자 성적 취향과 정체성을 표시하는 카테고리 안에 이 신조어를 포함시키면서부터다. 앱 사용자 중 0.5%가 스스로를 사피오섹슈얼이라고 정의했고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았다.
일부 과학자들은 “사피오섹슈얼은 성적지향 보다는 정체성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때문에 사피오섹슈얼은 새로운 엘리트주의에 불과한 ‘허세’로 치부하기도 한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