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가상화폐) 시장의 패권을 뒤집을 정변 조짐이 나타났다. ‘대장화폐’ 비트코인의 오랜 부진을 틈타 알트코인의 ‘우량아’ 이더리움이 연일 독주하고 있다. 몸값은 불과 1달 사이에 3배 넘게 치솟았다. 한때 리플에 빼앗겼던 시가총액 2위도 탈환했다.
이더리움은 10일 오후 2시(한국시간) 현재 미국 코인마켓캡에서 24시간 전 대비 16.81% 포인트 상승한 1414.90달러(약 151만4000원)를 가리키고 있다. 코인마켓캡은 암호화폐 세계 시세의 평균을 실시간으로 표시하는 정보 사이트다. 투기 과열로 ‘프리미엄’이 붙은 한국과 일본 등의 일부 거래소를 제외한 가격을 표시하고 있다.
이더리움 가격은 지난달 10일 코인마켓캡에서 440.09달러(약 47만원)였다. 불과 1달 사이에 321%나 상승한 셈이다. 폭락장이 찾아왔던 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12월 24일), 우리 정부가 암호화폐 특별대책을 발표했던 같은 해 12월 28일에도 이더리움 가격의 하락폭은 크지 않았다.
이더리움의 상승세는 비트코인과 비교하면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비트코인은 같은 시간 1만4467.90달러(약 1548만1000원)의 가격이 책정됐다. 지난달 10일 가격은 14934.50달러(약 1598만1000원). 그 사이 폭락장에서 낙폭을 대부분 만회하기도 했고, 1만5000달러대로 상승하기도 했지만 1달 사이의 가격 변동은 사실상 없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더리움의 강세는 암호화폐 시장의 투자 경향이 단순한 화폐 기능보다 블록체인의 본질을 정확하게 구현한 기술집약형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에 무게를 싣는다. 실제로 암호화폐 포럼에선 “올해 대장화폐가 이더리움으로 바뀌는 게 아니냐”는 의견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더리움은 화폐 기능은 물론 전자투표, 계약의 문서화,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플랫폼형 암호화폐다. 반면 비트코인, 리플, 라이트코인 등은 화폐 기능만으로 유통되고 있다.
이더리움 기반으로 설계된 이더리움 클래식, 기술집약형 암호화폐 이오스·퀀텀 등도 대체로 강세를 타고 있다. 리플은 비트코인과 같은 오랜 횡보를 거친 끝에 가격이 1.97달러(약 2100원)로 하락하며 시가총액 3위로 내려앉았다. 이더리움은 그 틈을 비집고 다시 2위를 탈환했다. 시가총액에서 이더리움은 1370억8073만9302달러(약 146조7860억5564만원), 리플은 763억1262만4815달러(약 81조7231억8991만)를 각각 가리키고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