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위안부 합의 처리방향, 만족 못하나 현실적으로 최선”

입력 2018-01-10 11:15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정부의 ‘한·일 위안부 합의 처리 방향’에 대해 “충분히 만족하진 못하지만 현실적인 최선의 방법”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합의 재협상 혹은 파기를 요구한 상황에서 정부가 재협상은 요구하지 않는다고 한 것에 대해 만족하는지’를 묻는 질문이 나오자 “만족할 수 있겠나”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일 위안부 합의는) 상대가 있는 외교적 문제이며 앞선 정부가 공식 합의를 했던 일”이라면서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 “(박근혜정부처럼) 피해 할머니들을 배제한 채 양국이 요구조건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합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근혜정부는 2015년 12월 28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의사를 묻지 않고 일본과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합의를 했다.

문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는 진실과 정의의 원칙에 의해 해결될 수밖에 없다”며 “기존 합의를 파기하고 재협상해서 이룰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위안부 문제는) 일본이 진실을 인정하고 피해 할머니들에게 진심을 다해 사죄해야 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국제사회가 함께 노력할 때 완전한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질의응답에 앞서 신년사를 발표하면서도 한·일 관계와 관련해 “역사문제와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을 분리해 노력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12·28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처리 방향을 밝힌 데 이어 신년사에서도 위안부 문제와 일본과의 외교 관계 사이에서 균형을 잡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주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청와대로 모셨다”며 위안부 문제를 먼저 언급했다. 그는 박근혜정부 시절 맺은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80여년 전 꽃다운 소녀 한 명도 지켜주지 못했던 국가가 피해 할머니들에게 다시 깊은 상처를 안겼다”며 “국가의 존재 이유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잘못된 매듭은 풀어야 한다.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은 다시 그런 참혹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으로서 저에게 부여된 역사적 책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 할머니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해드리겠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조치들을 취해 나가는 과정에서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듣고 또 듣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한·일 양국 간 공식적인 합의를 한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며 “일본과의 관계를 잘 풀어가야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전날 한·일 위안부 합의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일본에 재협상은 요구하지 않겠다고 한 정부의 처리방향 발표와 같은 맥락이다.

문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은 문화적·역사적으로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다”며 “양국이 함께 노력해 공동 번영과 발전을 이뤄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일관계가 미래를 향해 나아갈 때 북핵문제는 물론 다양하고 실질적인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