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첫 신년사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우리의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남북 고위급 회담 공동보도문을 채택하면서 불만을 드러낸 우리 측의 ‘비핵화’ 의지를 문 대통령은 단호한 어조로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 ‘사람중심 경제’ 국정철학과 지난해 발생했던 여러 사고·재난으로부터 안전체계 재확립,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 등 올해 산적한 민생 현안들을 우선 열거했다.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결정으로 기틀을 마련한 한반도 평화는 신년사의 마지막 부분에서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 정착으로 국민의 삶이 평화롭고 안정돼야 한다”며 “한반도에서 전쟁은 두 번 다시 있어선 안 된다. 우리 외교와 국방의 궁극의 목표는 한반도에서 전쟁의 재발을 막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당장의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 내 임기 중 북핵문제를 해결하고 평화를 공고하게 하는 것이 목표”라며 “(촛불정신으로) 나라를 바로 세운 우리 국민이 외교안보의 디딤돌이자 이정표다. 한반도에서 평화를 이끌어 낼 힘의 원천이다. 지난해 그 힘에 의지해, 주변 4대국과 국제사회에 한반도 평화 원칙을 일관되게 주장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전날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남북 군사회담과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출전 등을 담은 공동보도문을 채택한 남북 고위급 회담의 성과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꽉 막혔던 남북 대화가 복원됐다. 북한이 평창올림픽 참가를 합의했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남북대화와 평창올림픽을 통한 평화분위기 조성을 지지했다. 한미 연합훈련의 연기도 합의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시작”이라고 선언한 뒤 “우리는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야 한다. ‘평화올림픽’이 되도록 끝까지 노력해야 한다. 나아가 북핵문제도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의 전기로 삼아야 한다. 올해가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원년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남북 고위급 회담의 북측 수석대표인 이 위원장은 전날 공동보도문을 채택하는 과정에서 우리 측의 ’비핵화’ 언급에 강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이를 의식한 듯 신년사에서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 원칙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000년 사상 첫 남북 정상회담에서 채택했던 6·15 남북공동선언의 연장선상에 있다. 남북 고위급 회담 대표단 역시 공동보도문에서 남북선언 이행을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는 평화를 향한 과정이자 목표”라며 “남북이 공동으로 선언한 한반도 비핵화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우리의 기본 입장이다. 국민의 삶에 깊이 파고든 불안과 불신을 걷어내겠다. 전쟁 걱정이 없는, 평화롭고 안전한 일상을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