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문제 된 가상화폐 ‘김치 프리미엄’

입력 2018-01-10 06:59

미국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
가격 산정서 한국 시세 제외
“타국과 비교해 격차 극심”
정부 규제 더욱 강화될 수도

미국 암호화폐(가상화폐) 정보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이 가상화폐 가격 산정에서 한국 시세를 제외했다. 한국의 가상화폐 가격이 글로벌 시세와 비교해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이유에서다.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 현상을 가상화폐 정보 업체가 공식적으로 문제 삼은 건 처음이다.

코인마켓캡은 8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오늘 아침 가격 산정에서 일부 한국의 거래소들을 제외했다”며 “한국 시세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격차가 극심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코인마켓캡은 전 세계 7600개 거래소의 가상화폐 가격 데이터를 받아 시세를 산출한다. 한국 시세가 유난히 높아 가상화폐의 가격을 왜곡시키고 있어 제외했다는 취지다. 이 조치로 주요 가상화폐들의 가격이 일시적으로 급락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이번 조치가 국내 투자자들에게 직접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김치 프리미엄이 문제점으로 지적되면서 한국 정부의 규제가 더욱 강화될 수도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전날 가상화폐 규제 방안을 발표하면서 “(김치 프리미엄 현상을) 방치하지 않겠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한국의 가상화폐 광풍을 타고 하루 수십억원의 수수료 수익을 올리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국내 거래소 빗썸, 업비트의 하루 평균 수수료 수익이 각각 25억9000만원, 35억5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연간 기준 1조원 안팎인데, 웬만한 대형 증권사의 수수료 수익을 훌쩍 넘는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금융안정위원회(FSB) 회의에서 “가상화폐에 대한 국제적 논의를 본격화할 시점”이라며 각국의 정책 공조를 촉구했다.

김 부위원장은 “가상화폐가 전통적 금융 시스템과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무시하기에 너무 큰 위험”이라고 말했다. FSB는 주요 23개국의 금융 당국 및 중앙은행 최고 책임자들로 구성된 국제기구다.

한국은행은 가상화폐가 금융 시스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한은 내부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다. 의장은 신호순 부총재보가 맡는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