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 국방책임자였던 김태영 전 국방장관이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와 맺은 비밀 군사협정에 유사시 한국군이 자동 개입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보도가 나와 파문이 예상된다.
지난해 12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UAE 특사 파견으로 촉발된 한‧UAE 갈등설의 원인이 이명박 정부시절 맺은 비밀군사협정 때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JTBC와 중앙일보는 9일 김 전 장관의 인터뷰를 통해 2009년 UAE와 맺은 비밀 군사협정에 ‘유사시 한국군 자동개입 조항’이 들어있다고 보도했다.
김 전 장관은 2009년 9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국방부 장관을 역임한 인물로 UAE를 세 번이나 방문했으며 군사협정을 맺은 당사자다.
김 전 장관은 “국회 분위기가 항상 일단 정부에서 뭐했다 하면 반대하는 쪽으로 하기 때문에 비준을 안 하는 쪽으로 생각했다”며 “비준을 놓고 고민을 많이 했지만 국회에 가져갔다가 문제가 생기면 그동안 공들인 게 다 무너지기 때문에 내가 책임지고 비준 없는 협약으로 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당시 UAE 원전 수주가 급했기 때문에 국회 비준 절차를 거치지 않고 협정을 체결해줬다는 설명이다.
원전 수주 과정에서 군사협약이 왜 필요했냐는 질문에는 “UAE는 돈이 많고 땅이 넓지만 인구가 600만 명 정도밖에 되지 않아 늘 안보에 불안감이 있다. 외국 군대를 자국에 주둔시키고 싶어한다”며 “당시 원전 계약에 참여한 관계자는 원전과 군사협약은 패키지 딜이었다. 군사협약 없이는 원전 수주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파병이 현실화됐을 때 비준이 안 되면 어쩌려고 했냐는 질문에 김 전 장관은 “어쩔 수 없다. 국회에서 가령 절대 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거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관련 사안을 당시에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은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 하지 않았다”며 “대통령은 그런 세세한 것까지 부처의 사항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몰랐다”고 답했다.
뒤늦게 관련 내용을 공개하는 이유에 대해 김 전 장관은 “정부가 수습하려고 애 쓰는데 도움을 줘야 할 것 아니냐”면서도 “지금 시각에선 문제로 보일 수 있지만 그땐 국익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