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9일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파견 의사를 밝힌 평창 동계올림픽 방문단은 역대 최대 규모일 가능성이 있다. 올림픽 참가 선수단뿐 아니라 고위급 대표단과 민족올림픽위원회 대표단, 응원단, 예술단, 참관단, 태권도 시범단, 기자단까지 수백명 규모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측이 육로 개통을 위한 서해 군 통신선을 전격 복구함에 따라 북측 방문단의 육로 방문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 방문단 중 주목되는 부분은 예술단과 참관단, 태권도 시범단이다. 북한은 과거 남측 개최 국제대회에 선수단과 응원단을 함께 보낸 사례는 있지만 이처럼 다양한 방문단을 꾸리겠다는 의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이른바 ‘북한판 걸그룹’으로 불리는 모란봉악단이 방문단에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모란봉악단과 최근 지방 순회공연을 함께했던 왕재산악단과 공훈국가합창단까지 방문단에 포함될 경우 예술단 규모만 100명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생소하게 여겨지는 북측 방문단은 ‘참관단’이다. 남북 간 용어 사용의 차이가 있는 만큼 정확한 면면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응원단과 비슷한 성격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이 파견하는 선수단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점을 감안해 참관단 등 규모를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태권도 시범단의 경우 지난해 6월 전북 무주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개막식 공연을 했던 30여명이 다시 올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는 북측 선수단 규모는 작은 편이다. 북한은 참가 신청 기한이 지난 피겨스케이트 페어 외에 추가로 선수들을 보낸다 해도 올림픽에 출전시킬 만한 경쟁력 있는 선수가 별로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웅 북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최근 선수단 규모에 대해 “IOC에 물어보라. IOC에서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지금까지 남측에서 치러진 국제 종합스포츠대회에 세 차례 선수단을 파견했다. 2002년 부산 하계아시안게임 당시 18개 종목에 출전한 선수단 362명, 응원단 288명 등 650명을 보냈다. 이른바 ‘미녀응원단’이 주목을 받았다.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에는 북측이 선수단 221명, 응원단 306명 등 527명을 파견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엔 선수단 273명을 보냈다.
단일 종목 국제대회인 2005년 인천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엔 선수단 20명과 응원단 124명 등 144명을 보냈다. 이 응원단엔 현재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부인인 이설주가 포함돼 있었다.
평창올림픽 기간 남측을 방문할 고위급 대표단을 누가 이끌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우선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했던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 등 실세 인사들의 이름이 거론된다. 최룡해는 북한의 2인자 입지를 확고하게 다진 인물이다. 지난해 12월 최룡해 후임으로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이 된 최휘 노동당 부위원장이 파견될 가능성도 있다. 북한 국가체육사업을 총괄하는 최휘가 대표단의 격에 더 맞는다는 분석도 있다.
쉽진 않지만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대표단을 이끌 수도 있다. 세계 각국의 정상급 인사들이 모이는 국제행사에 북한의 형식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위원장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대표단이나 참관단에 전격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른바 ‘백두혈통’을 보내 이미지 쇄신을 꾀하는 등 ‘깜짝쇼’를 감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