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화해·단합… 우호적 어휘 골라 담은 남북 ‘공동보도문’

입력 2018-01-09 21:48
조명균 통일부 장관(오른쪽)과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9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공동보도문을 교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남북 고위급 회담 대표단이 북한의 2018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합의했다. 올림픽 참가와 관련한 실무회담을 시작으로 군사 등 각 분야별 회담을 약속했다.

남북 대표단은 9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남북 군사당국 회담 개최 ▲남북선언 존중 및 민족 간 대화 등 3가지 내용을 담은 공동보도문을 채택했다.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는 사실상 확정됐다. 군사회담은 물론 앞으로의 관계 개선을 위한 분야별 회담을 약속한 점도 이번 고위급 회담의 성과다.

남북 대표단은 공동보도문에서 “양측이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출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문제들을 진지하게 협의했다”고 자평하면서 내용을 3가지로 나눠 발표했다.

북한은 우선 평창동계올림픽에 고위급 대표단, 민족올림픽위원회 대표단, 선수단, 응원단, 예술단, 참관단, 태권도 시범단, 기자단을 파견키로 했다. 한국은 이들에게 필요한 편의를 보장했다. 남북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 북한의 사전 현장답사를 위한 선발대 파견, 선수단 등의 방한과 관련한 실무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일정은 서신으로 협의될 예정이다.

남북 대표단은 “남북은 성공적 진행으로 민족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로 만들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남북 대표단은 군사회담도 기약했다. 이번 고위급 회담의 가장 큰 성과로 평가된다. 남북 대표단은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한반도의 평화적 환경을 마련해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도모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며 “군사적 긴장을 해소해야 한다는 점에 견해를 같이하고 해결할 목적으로 군사 당국회담을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미국의 강경 대응으로 긴장감이 고조됐던 한반도 안보 위기 상황에서 ‘평화’와 ‘화해’ 등의 표현이 남북 공동보도문에 적시됐다. 한반도 긴장감 완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남북 대표단은 마지막으로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000년 사상 첫 남북 정상회담에서 채택했던 6·15 남북공동선언의 존중을 약속했다. 대표단은 “남북관계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들을 우리 민족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해 나가기로 했다”며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남북 고위급 회담과 함께 각 분야의 회담들도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공동보도문이 채택되는 과정에서 북측 수석대표인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이 우리 측에서 회담 중 비핵화를 언급한 점, 서해 군 통신선 개통을 공개하며 시점을 잘못 전달한 점을 지적하며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측 대표단은 앞서 “북측이 2016년 2월 개성공단 폐쇄와 함께 단절됐던 서해 군 통신선을 이날 조건 없이 복원했다”고 밝혔지만 이 위원장은 “지난 3일 통신이 복원됐다”는 취지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 남북고위급회담 공동보도문

남북고위급회담이 2018년 1월9일 판문점에서 진행되었다. 회담에서 쌍방은 북측 대표단의 평창 동계올림픽경기대회 및 동계패럴림픽 대회 참가 문제와 온 겨레의 염원과 기대에 맞게 남북관계를 개선해 나가기 위한 문제들을 진지하게 협의하고 다음과 같이 합의하였다.

1. 남과 북은 남측 지역에서 개최되는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가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민족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로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적극 협력하기로 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북측은 평창 동계올림픽대회에 고위급대표단과 함께 민족올림픽위원회대표단, 선수단, 응원단, 예술단, 참관단, 태권도시범단, 기자단을 파견하기로 하고, 남측은 필요한 편의를 보장하기로 하였다. 쌍방은 북측의 사전 현장 답사를 위한 선발대 파견문제와 북측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와 관련한 실무회담을 개최하기로 하고, 일정은 차후 문서교환 방식으로 협의하기로 하였다.

2. 남과 북은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한반도의 평화적 환경을 마련하며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도모하기 위해 공도응로 노력하기로 하였다. 남과 북은 현 군사적 긴장상태를 해소해 나가야 한다는데 견해를 같이 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군사당국회담을 개최하기로 하였다. 남과 북은 다양한 분야에서 접촉과 왕래, 교류와 협력을 활성화하며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도모하기로 하였다.

3. 남과 북은 남북선언들을 존중하며, 남북관계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들을 우리 민족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 이를 위해 쌍방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남북고위급회담과 함께 각 분야의 회담들도 개최하기로 하였다.

2018년 1월9일
판문점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