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회담 준비 많이 했네’… 서해 軍통신선 전격 복원 의미

입력 2018-01-09 19:30

북한이 판문점 연락채널에 이어 서해 군 통신선도 복원했다. 9일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전격적으로 복원 사실을 남측에 알렸다. 사전에 조치하지 않고는 이뤄질 수 없는 일이었다. 북한이 이번 회담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됐다.

고위급회담 남측 대표단원인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오늘 회담 중 북측이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복원했다고 우리 측에 설명했다"고 밝혔다. 천 차관은 "우리 측은 곧바로 서해지구 군 통신 선로를 확인했고, 그 결과 오후 2시쯤 서해지구 군 통신이 연결된 것을 확인했다"며 "현재 남북 군사 당국 간 서해지구 통신선을 통한 통화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천 차관은 이어 "10일 오전 8시부터 군 통신 관련 유선통신을 정상 가동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북측의 서해 군 통신선 발언은 오전 회담 중에 나왔다. 오전 회담에서 이 사실을 알려왔고 확인 후 취재진에 밝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당국자는 "동해 군 통신선은 복구하려면 기술적으로 남은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해 군 통신선만 복원된 까닭이 정치적 문제가 아닌 기술적 문제임을 시사한 것이다.

남북 간 연락채널은 2016년 2월 박근혜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결정에 북측이 반발하며 일방적으로 차단했다. 이후 23개월 동안 남북 간 연락채널은 가동되지 않다가 지난 3일 북측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판문점 채널을 우선 복원했다. 남북은 판문점 채널을 통해 고위급회담을 조율했으며, 그렇게 성사된 회담 자리에서 북측이 다른 직통회선 중 하나인 서해 군 통신선 복원을 알려온 것이다.

서해 군 통신선 복원은 1년 11개월 만에 이뤄졌다. 국방부는 지난해 7월 17일 북한에 군사분계선 적대행위 중지를 위한 남북 군사당국 회담을 공식 제의하면서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복원해 회신해 달라고 밝혔었다. 대화채널 복원을 위해 노력했던 문재인정부의 의지가 담긴 제안이었지만 북한은 묵묵부답이었다.

서해지구 통신선은 남북한의 인력이 육로로 왕래할 때 인적사항이나 신분보장 조치 등 통보하는 창구로 이용됐다. 북측이 이날 갑자기 서해 통신선을 복구한 것은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할 선수단 등이 육로를 통해 우리 측으로 넘어올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군 관계자들은 북한이 고위급회담 후속 조치로 군사당국 간 회담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북한은 2016년 5월 남북 군사당국회담을 제의하는 인민무력부 통지문을 보낼 때 서해 군 통신선을 이용했었다.

서해지구와 동해지구에는 각각 3회선의 통신선이 구축돼 있다. 2002년 9월 17일 남북 군 상황실 간 통신선을 설치키로 합의한 뒤 같은 달 24일 서해지구에, 이듬해 12월 5일 동해지구에 각각 설치됐다. 광케이블인 통신선은 직통전화 1회선, 팩시밀리 1회선, 예비선 1회선 등으로 구성돼 있다.

북한은 2011년 5월 31일 동해지구 통신선을 차단하고 금강산지구 통신연락소를 폐쇄했다. 2013년 동해지역 산불로 동해지구 통신선이 훼손된 상태여서 별도 시설 공사를 해야 복원될 수 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