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리설주’ 누가 될까… 北 평창 응원단 파견이 갖는 의미

입력 2018-01-09 18:54
국가정보원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가 2005년 9월 인천 아시아육상대회에 북한 응원단의 일원으로 한국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당시 공연하던 리설주. 국민일보 DB

북한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면 선수단과 별도로 대규모 응원단을 파견할 수 있다. 응원단은 장내에 있는 선수와 다르게 일반 관중과 접촉이 가능한 ‘민간 교류단’ 성격을 띄게 된다. 때문에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는 단순한 스포츠교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9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 전체회의 및 수석대표 접촉을 마치고 기자들을 만나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패럴림픽 참가에 긍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구체적인 사안을 협의할 것”이라며 “북한 고위급 대표단, 민족올림픽위원회 대표단, 선수단, 응원단, 예술단, 참관단, 태권도 시범단, 기자단 등이 찾아올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금까지 한국에서 열린 국제제전 중 모두 3차례 응원단을 파견했다. 앞서 1986 서울아시안게임, 1988 서울올림픽에선 선수단마저 파견하지 않고 불참했지만 고(故)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방북 정상회담으로 화해 분위기가 높아지면서 대규모 응원단만은 한국으로 보냈다.

북한 응원단의 첫 방한은 2002 부산아시안게임에서 이뤄졌다. 북한은 선수단과 함께 288명의 응원단을 부산으로 파견했다. 당시만 해도 10, 20대 여성 위주로 응원단을 구성해 ‘미녀 응원단’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북한은 2003 대구유니버시아드에서 응원단 규모를 303명으로 늘렸다. 응원단에 취주악단을 새롭게 구성해 관중석 분위기를 띄웠다. 이 대회에선 응원단이 버스로 이동하던 중 환영의 취지로 거리에 걸린 김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남북 정상회담 사진 현수막을 항의하고 떼어내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의 사진이 아무렇게나 방치됐다’는 것이 항의의 이유였다.

2003년 8월 21일 대구체육관에서 응원 중인 북한 유니버시아드 응원단. 국민일보 DB

북한 응원단 방한의 클라이맥스는 2005 인천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였다. 고교생부터 대학생까지 20세 안팎 여성 위주로 구성된 124명의 응원단에는 현재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아내가 된 리설주가 있었다. 당시 리설주는 16세 여고생이었다. 리설주는 꾸밈없는 미모로 한국은 물론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응원단 파견은 그 때가 마지막이었다.

북한은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 응원단 파견 계획을 밝혔지만 개막을 20여일 앞두고 돌연 철회했다. 평창동계올림픽에 응원단 파견을 확정하면 인천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로부터 13년 만이자 네 번째 방한이 성사된다. 북한은 동계보다 하계올림픽에서 강세를 나타낸다. 평창 파견 선수단은 20명 안팎의 소규모로 예상된다. 응원단이 선수단 숫자를 압도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그동안 응원단을 엘리트로 구성했다. 평창 파견 응원단에서 ‘제2의 리설주’를 배출할 가능성도 있다. 리설주는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인천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로부터 4년 뒤인 2009년 김 위원장과 결혼했다. 김 위원장은 부친이 사망했던 2011년 12월 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추대돼 북한 최고 권력자가 됐고, 리설주는 그때부터 ‘퍼스트레이디’ 행보를 시작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