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공개하자” 파격… “스케이트 타셨다고” 농담… 이선권 스타일

입력 2018-01-09 15:58

남북 고위급 회담 북측 수석대표인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9일 적극적으로 회담에 임했다. 그는 “회담 실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하자”며 우리 측에 깜짝 제안을 했다. 25개월 만에 열린 남북 회담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선제압용 제안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 위원장은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고위급 회담 전체회의 모두발언에서 “회담을 지켜보는 내외의 이목이 강렬하고 또 기대도 크다”며 “우리 측은 (회담을) 전체 공개해서 실황을 온 민족에 전달하면 어떨까 하는 견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기자 선생들도 지금 다 관심이 많아서 오신 것 같은데 확 드러내놓고 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이 위원장의 돌발 제안은 파격적이다. 남북관계 역사상 회담 장면을 실시간으로 언론에 공개한 전례는 없다. 우리 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상당히 일리가 있다. 공감한다”면서도 “아무래도 모처럼 만나 할 얘기가 많은 만큼 통상 관례대로 회담을 비공개로 진행하자”고 답했다.

조 장관은 “필요하다면 중간에 기자들과 함께 공개회의를 하는 것이 순조롭게 회담을 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이 위원장은 “귀측의 견해를 감안해 비공개로 하다가 앞으로 필요하면 기자 선생들 다 불러서 우리 회담 상황을 알려드리는 게 좋겠다”며 우리 측 입장을 수용했다.

회담장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화기애애했다. 오전 전체회의 시작 전 조 장관은 이 위원장에게 “날씨가 추운데다 눈이 내려서 평양에서 내려오시는 데 불편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이 위원장은 “이번 겨울이 여느 때 없이 폭설도 많이 내리고 또 강추위가 지속적으로 계속되는 게 특징이다. 그래서인지 온 강산이 꽁꽁 얼어붙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연계의 날씨보다 북남 관계가 더 동결 상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고 했다.

이 위원장은 자신이 ‘다혈질’이고 ‘직설적’이라는 남측 언론 보도를 염두에 둔 듯 회담장에서 조카 얘기를 꺼내는 등 부드러운 이미지를 연출하는 데 공을 들였다. 그는 2000년 6월생인 조카가 올해 대학에 들어간다고 소개했다. 그는 조카 얘기를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과 연관 지으며 “벌써 18년이 됐구나.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이 두 번씩이나 벌써 지났으니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렀느냐”면서 “뒤돌아보면 6·15 시대의 그 모든 것이 다 귀중하고 그리운 것이었고, 생각해보면 참으로 아쉬운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조 장관이 초등학생 시절 스케이트 선수로 활동했다는 우리 언론 보도도 언급하며 “장관 선생이 유년 시절에 스케이트 탔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 발언에 우리 측 대표단 전원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동심이 아주 순결하고 깨끗하고 불결한 게 없다. 그 마음을 되살린다면 오늘 북남 고위급 회담이 잘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오랜 남북관계 단절 속에서 회담이 시작됐다”면서 “첫걸음이, 시작이 반이라는 마음으로 의지와 끈기를 갖고 회담을 끌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동시에 첫 술에 배부르랴 하는 얘기도 있다. 그런 것도 감안해 서두르지 않고 끈기를 갖고 하나하나 풀어갔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했다.

조성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