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 소유권 주장한 한국당…민주당 “후안무치” 강력 반발

입력 2018-01-09 15:32
영화 '1987' 스틸컷

자유한국당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실을 보수 정부가 밝혔다며 영화 ‘1987’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서자 더불어민주당이 “참으로 후안무치하다”고 하는 등 강력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은 8일 대구 엑스포에서 열린 한국당 신년인사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영화 1987을 보고 울었다는 보도를 언급하며 “그 진실을 누가 밝혔느냐. 보수 정부에서 밝힌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1987년 1월 박종철군이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를 받던 중 고문으로 사망한 사건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이 사실과 다른 황당한 주장이라는 반론이 나오고 있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당시 보수 정부에서 발생한 사건일 뿐 가해 정권이 진실을 규명했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시 전두환 정권은 고문에 의한 죽음을 심장마비로 은폐하고 고문 경찰관의 수도 5명에서 2명으로 줄이려고 했지만 언론과 의사·검사·교도관 등 수많은 양심적 지식인들이 진실을 밝혀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도 이날 “1987은 건국과 산업화와 민주화로 이어지는 우리 역사의 중요한 결절지점이자 역사적 자산이다. 영화를 관람하면서 눈시울을 적시는 모습을 연출하며 이 영화가 자신들의 영화인 것처럼 포장을 꼭 해야 되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문재인 정부가 1987년을 독점하려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한국당의 이 같은 ‘1987’ 소유권 주장에 대해 여당은 “참으로 후안무치한 궤변”이라며 반발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어떻게 고문치사를 가한 정권이 하루아침에 진실을 규명한 정권으로 미화되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지하에서 박종철 열사가 벌떡 일어나 통곡할 일”이라며 “아무리 그 시절 영화가 대박이 나서 곁다리 홍보와 무임승차를 하고 싶더라도 지금은 소유권 주장을 운운할 때가 아니고 진정한 참회와 반성 그리고 사죄가 필요한 때”라고 비판했다.

바른정당도 “한국당의 수준이 드러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이종철 바른정당 대변인은 “1987은 보수·진보를 넘어 오늘을 사는 국민 모두의 것이라며 누구의 것이라고 우기는 것 자체가 조악한 역사 인식만 드러내는 일임을 자유한국당은 명심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1987’ 소유권을 주장했지만 한국당은 아직까지 영화 ‘1987’ 단체관람 계획은 없다. 국민의당과 정의당 의원들은 이미 단체관람을 했고 민주당은 9일 단체관람이 예정돼 있다.

지동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