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고위급회담 전체회의 종료… 전반적으로 화기애애

입력 2018-01-09 12:43
9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남북 고위급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이자 29개월 만에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 전체회의가 9일 오전 11시5분까지 65분간 진행됐다. 이어 오전 11시30분부터는 양측 수석대표에 대표 일부가 참여한 형태로 남북 접촉을 재개했다.

남북 대표단 전체회의는 이날 오전 10시 판문점 평화의집 회담장에서 전체적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오전 10시 정각 대표단은 양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선두로 남북이 나란히 회담장에 입장했다. 남측 대표단은 태극기와 평창 배지를 달고 있었으며 북측 대표단은 금색 테두리에 빨강색 바탕으로 된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착용했다.

조 장관과 리 위원장은 웃으며 악수를 나눈 뒤 자리에 앉았다. 양측 대표는 날씨를 소재로 모두 발언을 이어갔다. 조 장관이 추운 날씨로 인한 불편함이 없었는지 묻자 리 위원장은 “온 강산이 꽁꽁 얼어붙었는데 어찌 보면 자연계의 날씨보다 북남관계가 더 동결 상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면서 남북관계를 혹독한 겨울 날씨에 비유하며 말문을 열었다.

리 위원장은 "북남대화와 관계 개선을 바라는 민심의 열망은 비유하자면 두껍게 얼어붙은 얼음장 밑으로 더 거세게 흐르는 물처럼 얼지도 쉬지도 않고 있다"며 "그 강렬함에 의해서 북남 고위급 회담이라는 귀중한 자리가 마련됐다"고 회담 의미를 강조했다.

이어 리 위원장은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뒤 18년이 지난 점을 언급하며 "10년이 벌써 두 번씩이나 지났으니 이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렀냐. 뒤돌아보면 6·15 시대는 모든 것이 다 귀중하고 그리운 것이었고, 생각해보면 참으로 아쉬운 시간이었다"고 소회를 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예로부터 민심과 대세가 합쳐지면 천심이라고 했다. 이 천심을 받들어 북남 고위급 회담이 마련됐다"며 "우리 북남 당국이 진지한 입장, 성실한 자세로 회담을 잘해서 이번 고위급 회담을 주시하면서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온 겨레에게 새해 첫 선물로 값비싼 결과물을 드리는 게 어떠한가 하는 생각을 갖고 이 자리에 나왔다"고 거듭 강조했다.

9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남측 대표단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북측 대표단이 남북 고위급 회담 전체회의 시작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뉴시스

조 장관은 화해와 평화를 바라는 민심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회담을 진지하고 성실하게 임해 나가야 한다고 화답했다.

조 장관은 "중요 의제 중 하나가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에 북측 대표단이 참석하는 문제"라며 "이번 겨울이 춥고 눈도 많이 내러 겨울 올림픽을 치르는 데 좋은 조건이 됐다. 많은 나라에서 귀한 손님이 오는데 특별히 북측 대표단 귀한 손님들이 오기 때문에 (올림픽이) 평화축제로 잘 치러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랜 남북관계 단절 속에서 회담이 시작됐다"며 "의지와 끈기를 갖고 회담을 끌어갔으면 좋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9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남북 고위급 회담에 앞서 회담 전체 공개를 제안하고 있다. 뉴시스

남북 수석대표의 모두발언에서 돌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리 위원장이 회담 실황 중계제안을 했기 때문이다. 리 위원장은 “오늘 회담을 지켜보는 내외의 이목이 강렬하고 기대도 큰 만큼 우리 측에서는 공개를 해서 실황이 온 민족에게 전달되는 게 어떻겠냐”며 회담 전면 공개를 주장했다.

조 장관은 "회담 공개 관련 말이 일리가 있다"면서도 "통상 관례대로 회담을 비공개로 진행하고, 필요하다면 중간에 공개회의를 하는 것이 순조롭게 회담을 제의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거부 의사를 전했다.

그러자 리 위원장은 "그저 명백한 것은 민심이 큰 만큼 우리 회담을 투명성 있게, 북한이 얼마나 진지하게 노력하는가를 보여주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귀측의 견해를 감안해서 그러면 비공개로 하다가 앞으로 필요하면 기자들을 다 불러서 우리 회담 상황을 알려드리는 게 좋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우리 측은 조 장관을 수석대표로 천해성 통일부 차관,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안문현 국무총리실 심의관, 김기홍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조직위원회 기획사무차장이 대표단으로 참석했다.

북측은 리 위원장을 단장으로 전종수 조평통 부위원장, 원길우 체육성 부상, 황충성 조평통 부장, 리경식 민족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 등이 대표단으로 나왔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