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이후 25개월 만에 남북이 마주앉았다.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 고위급 당국회담’이 9일 오전 10시 판문점 남쪽 평화의집에서 시작됐다.
남측 고위급 회담 대표단의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날 고위급회담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오랜 남북관계의 단절 속에서 회담이 시작됐다”며 “‘시작이 반’이라는 마음으로 의지와 끈기를 갖고 회담을 끌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동시에 상충되는 말이긴 하지만 ‘첫술에, 첫 숟갈에 배부르랴’는 말도 있다”며 “그런 점도 감안해 서두르지 말고 끈기를 갖고 하나 하나 풀어가면 된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북측 대표단을 환영하며 평창 올림픽이 평화의 축제가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는 “많은 나라에서 귀한 손님들이 오신다”며 “특별히 귀한 손님인 북측에서 대표단이 오시기 때문에 평창 동계올림픽·패럴림픽이 평화축제로 잘 치러질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북측 대표단의 수석대표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남북 관계 개선을 바라는 민심을 “두껍게 얼어붙은 얼음장 밑으로 더 세게 흐르는 물”에 비유하면서 “물처럼 얼지도 쉬지도 않고 그 강렬함으로 북남 고위급회담이라는 귀중한 자리가 마련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북이 진지한 입장과 성실한 자세로 회담을 잘해 온 겨레에 값비싼 새해 첫 선물을 결과물로 드리는 게 어떨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리 위원장은 전체회의를 공개하자는 제안도 했다. 그는 “(회담을) 공개해 온 민족에 실황을 전달하면 어떤가 한다”고 말했다. 이에 조 장관은 “상당히 일리 있는 말”이라면서도 관례대로 비공개 진행을 하고 필요할 경우 기자들에게 공개하자고 답했다. 리 위원장은 조 장관의 발언에 동의하며 “북한이 얼마나 진지한 자세로 노력하는지를 투명하게 보여주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앞서 리 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북측 대표단 5명은 이날 회담이 시작하기 30분전인 오전 9시30분쯤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쪽으로 왔다. 북측 대표단에는 리 위원장 외에 전종수 조평통 부위원장, 원길우 체육성 부상, 황충성 조평통 부장, 리경식 민족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이 포함됐다. 정장 차림의 북측 대표단은 상의에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달고 있었다.
리 위원장은 소감을 묻자 “북남 당국이 진지한 입장과 성실한 자세로 오늘 회담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회담 전망을 묻는 질문에 “잘될 겁니다”라고 말한 뒤 평화의집으로 이동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가 수석대표를 맡은 남측 고위급 회담 대표단 5명은 이날 오전 7시32분쯤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회담장으로 출발해 약 1시간 뒤 통일대교 남단에 도착했다. 조 장관 외에 남천해성 통일부 차관,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안문현 국무총리실 심의관, 김기홍 평창 동계올림픽 대회 및 동계패럴림픽 대회 조직위원회 기획사무차장이 포함됐다.
남측 대표단은 오전 8시37분쯤 유엔군 사령부 경비대대 입구를 통과해 오전 8시46분쯤 회담이 열리는 판문점에 도착, 북측 대표단을 기다렸다. 오랜만에 판문점에 온 소감을 묻는 질문에 조 장관은 “잘 준비하겠다”고 답한 뒤 대표단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갔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