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中企, 은행 돈 빌리기 더 어려워진다

입력 2018-01-09 08:40

금리 오르면서 신용위험 ↑
은행 “1분기 대출심사 강화”

대기업엔 별 변화 없어

은행의 대출 문턱이 더 높아질 전망이다. 올해 1분기에 가계의 주택담보대출과 중소기업 시설 및 운전자금 대출에 대해 심사 등을 강화하겠다는 은행권 여신담당 총괄책임자의 응답이 지난해 4분기보다 늘어났다. 문재인정부의 가계부채 옥죄기 규제와 동시에 금리 상승으로 인한 신용위험이 동반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를 보면 올해 1분기 국내 은행의 ‘가계주택’ 분야에 대한 대출태도지수 전망치는 -30을 기록했다. 여기서 가계주택은 가계의 주택담보대출을 의미한다. 지난해 4분기 실적치(-27)와 견줘 더 하락했다.

대출태도지수가 음(-)이면 금리를 올리거나 만기 연장을 축소하는 등 대출 심사를 강화하겠다는 금융기관이 완화하겠다는 곳보다 많다는 의미다. 전·월세 자금 및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을 포함한 ‘가계일반’ 대출 역시 1분기 은행의 대출태도지수가 -13을 기록했다. 한은은 “모든 가계대출에 대한 DSR(총체적 상환능력 비율) 규제가 시범 도입되는 등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의 대출태도지수 역시 지난해 4분기 3에서 올해 1분기 -7으로 악화될 것으로 예측됐다. 중소기업 대출에 포함되는 개인사업자 대출 규제가 3월부터 대폭 강화될 예정이다. 관리 대상 업종별 한도가 새로 설정되고 부동산·임대업자의 대출 때 이자상환비율(RTI)까지 고려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도입될 계획이다.

가계와 중소기업의 신용위험지수는 1분기 각각 27과 23을 기록해 직전 분기보다 10포인트와 3포인트 올라갈 것으로 관측됐다.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채무상환 부담이 증가하는 게 공통 원인이다. 서울과 정반대인 지방의 집값 하락 가능성도 가계의 신용위험을 높일 요인으로 꼽혔다.

대기업에 대한 은행의 대출태도 및 신용위험만 별 변화가 없었다. 대기업이 은행 등 금융기관에 손 벌릴 일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회사채와 주식을 직접 발행하면서 필요 자금을 스스로 조달하고 있다.

은행의 대출태도 강화와 가계 및 중소기업의 신용위험 상승은 곧 대출금리 추가상승을 불러오게 된다. 최고 연 5%에 육박한 주택담보대출금리와 대부분 연 4%대에 진입한 중소기업 대출금리가 더 올라갈 수 있다는 의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도율과 연체율이 상승하면 은행은 결국 위험도를 고려해 가산금리를 높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