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 맞지만 급격” “안이한 대응”… 최저임금 후폭풍, 전문가 10인 긴급진단

입력 2018-01-09 07:49

“일자리 안정자금뿐 아니라
노동시장 영향도 따졌어야



임대료 등 다른 요인 있는데

최저임금 인상만 거론하면

을과 을 갈등 부추길 수도”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필요한 만큼 현재로선 부정적인 소식이 더 많다.

경제·노동 전문가 10인은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폭을 역대 최대로 정해놓고도 관련 대책은 미비했다고 입을 모았다.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급격한 인상에는 부작용이 따른다는 의견이 대체적이었다.


최근의 고용 축소와 물가 상승이 최저임금 인상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왔다. 임대료 등 다른 비용은 언급하지 않고 최저임금 인상 요인만 부각해 ‘을과 을의 갈등’을 부추겨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급격한 인상, 안이한 대책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는 확인됐다. 문제는 속도와 방법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방향에 대해선 동의하지만 이번처럼 급격히 올리면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프랜차이즈 가맹점 같은 곳은 상품 가격을 올리는 식으로 비용을 전가하고, 영세업자들은 자신의 소득을 축소하거나 고용을 줄이는 등 부작용이 현실화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최저임금은 한번 오르면 다시 떨어질 수 없는데 인상 속도가 너무 급했다”며 “최저임금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적 문제가 무엇인지, 그 방향을 제대로 잡은 것인지를 생각하고 목표를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대응이 미비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은 지난해 모든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었던 만큼 정쟁은 옳지 않다”면서도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의 후폭풍을 안일하게 생각한 것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일자리 안정자금만 마련할 게 아니라 최저임금 인상 후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을 더 따져봤어야 한다”며 “사전 대비가 불충분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기선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은 “영세 자영업자가 견디기 어려우리란 점은 예상됐던 일인 만큼 일찌감치 모니터링을 실시했어야 한다”며 정부 대책은 늦은 감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방에 있는 사업체의 경우 한시적 대책조차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정책 홍보 문제도 지적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맞물린 기업 정책을 마련했어야 한다는 견해도 있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아래에선 최저임금을 올렸지만 맨 꼭대기에 있는 대기업에서 물이 흘러내리지 않아 중간에 낀 자영업자, 협력업체가 힘든 것”이라며 “기업 성과가 밑으로 내려갈 수 있게 성과배분제나 동반성장정책 등을 마련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올해를 반면교사 삼아야

전문가들은 최근의 고용축소와 물가인상 움직임이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빚어졌다는 분석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대료 상승 등 다른 요인들도 있는데 최저임금 문제만 거론하면 자영업자와 저임금근로자 간의 갈등만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비용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30%밖에 안 되기 때문에 (관련) 영향이 과장됐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김기선 연구원도 “소상공인 문제는 인건비 부담 외 임대료 등 다른 부대비용이 높아 생기는 문제일 가능성도 있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인건비 문제만 지적해 고용이 악화됐다고 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을과 을의 갈등으로만 치부해선 안 되고 부작용을 어떻게 막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남신 한국비정규직센터 소장은 “그동안 최저임금이 너무 낮았기 때문에 이번 인상은 정상화되는 과정”이라며 “이에 따른 사회적 갈등을 해소할 대책을 수립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1만원은 약속대로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실현될 수 있을까. 금재호 과학기술교육대 교수는 “(지금의 혼란은) 과도기적 현상인 만큼 몇 개월 지나면 정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 교수는 “정부가 더 개입해서 할 수 있는 것은 없을 것 같다. 불법행위가 아니면 이대로 내버려두는 게 최선”이라고 진단하면서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올리는 정책은 속도가 조절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삶과 근로의 틀을 새로 짤 필요가 있다”며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응과 최저임금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글=임주언 손재호 이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