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최고 영도 김정은 생일이 요란하지 않은 이유

입력 2018-01-08 13:45 수정 2018-01-08 13:46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의 생일인 8일이 조용히 지나가고 있다.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는 물론 일본에서 북한의 입장을 대변해온 조총련의 기관지 조선신보도 별다른 언급이 없다.

조선출판물수출입사가 발간한 올해 북한 달력에도 1월 8일은 별다른 표기 없이 평일로 돼 있다. 북한이 김일성 생일(4월 15일·태양절)과 김정일 생일(2월 16일·광명절)을 국가명절로 지정해 대대적으로 기념하는 것과는 달리 김 위원장의 생일은 2012년 집권한 이래 공식적인 기념없이 조용히 보내왔다.

김정은이 김일성, 김정일과 같은 대우를 받는 것을 꺼리거나 출생 시기 등을 공개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공식적인 기념일로 지정, 행사를 치르지 않았다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북한 내에서 김정은 생일 관련 행사를 몇년째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에 따르면 지난해 김정은 생일을 맞아 주민들에게 선물이 지급됐으며 생일 관련 정치행사도 이뤄졌다. 선물 내용은 지역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다. 평양시는 1인 기준으로 사탕과자 1kg, 계란 5개가 지급됐다. 세대별로 돼지고기 1㎏, 수산물(간고등어) 5마리, 중국산 세탁비누 1장씩 등을 나눠줬다고 한다.

북한 각 지역에서는 김 위원장의 우상화 교양자료를 통한 정치학습과 김 위원장의 노작(지도자의 저서와 담화 등)에 대한 연구발표 모임 등이 진행됐다.

대북 소식통은 8일 뉴시스에 “북한에서 지난 몇년동안 김정은 생일에 선물을 나눠주고 정치행사도 해 달력에 표기가 안돼도 북한주민들은 김정은 생일이 언제인지 다 안다”며 “몇년전 김정은이 ‘통일도 되지 않았는데 생일을 기념하는 것은 마땅치 않다’고 한 교양자료가 주민들에게 배포됐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북한 주민들에게 ‘겸손’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공식 기념일로 지정하지는 않았지만 주민에 대한 교양사업을 담당하는 선전선동부 등에서는 생일 관련 정치행사 등을 해온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북한 내에서 김 위원장 생일 행사를 어떻게 치루고 있는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주민들에게 지난해와 비슷한 내용의 선물을 지급하고 정치행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미사일도발 이후 대북제재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생일을 맞은 김정은이 주민들에게 어떤 선물을 주는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선물 내용은 현재 북한 내 상황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