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예수 공현 축일(1월 6일), 포르투갈 발레데살게이루 마을의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담배를 피도록 한다. 마을 주민들은 수백년 동안 내려 온 전통이라고 주장하지만 아무도 아이들에게 담배를 피우게 하는 것과 예수 공현 축일의 상관 관계에 대해 근거를 대지 못한다.
이 마을에서는 예수 공현 축일을 전후해 미사와 함께 춤과 불꽃놀이를 포함한 축제가 펼쳐진다. 커피 숍을 운영하는 길레르미나 마테우스(35)는 딸에게 담배를 사서 피우게 하는 이유에 대해 “전통”이라고만 할 뿐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해가 되지는 않는다”면서 “왜냐하면 아이들은 흡연을 하는 게 아니고 단지 들이마신 뒤 바로 내뱉을 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6)과 내일 뿐이다. 아이들이 담배를 더 원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포르투갈에서는 합법적으로 담배를 구입할 수 있는 나이는 18세 이상이다. 하지만 부모가 아이들에게 담배를 사주는 행위는 금지돼 있지 않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독특한 이 마을 전통에 관한 책을 출간했던 주제 히베이링하는 “마을 전통의 연원은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자연과 인간의 거듭남에 대한 축하”와 연관될 수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그는 “이 마을은 이교도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여러 전통을 고집하고 있다”면서 “로마 시대 이후 동지 때를 전후해 일년 중 나머지 시기의 규율에서 벗어나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를 즐겨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수도 리스본에서 450km 떨어진 오지 마을의 상대적 폐쇄성도 과거 전통을 계속 이어오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는 게 히베이링하의 설명이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